'인사의 계절'···교체가 능사 아니다
경제구조 이전 형태로 회귀 어려워, 포스트코로나 시대엔 '포용적 리더십' 필요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15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호정 유통팀장] 채근담, 명심보감과 함께 중국 3대 처세 격언서인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보면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일대신인환구인(一代新人換舊人)'이라는 명언이 나온다. 장강(양츠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새 인물이 옛사람을 대체한다는 뜻이다.


2011년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자서전 '운명'에 나오면서 회자되기 시작했고, 2017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첫 인사를 건네며 꺼내든 말로 유명하다. 임원인사가 나오는 이맘 때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명언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산업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생긴 올해도 어김없이 임원인사의 계절은 찾아왔다. 결과는 예년과 비교해 살벌하기 그지없다. 승진자 수도 눈에 띄게 줄었지만, 부서 통폐합으로 임원의 절대수를 줄인 곳도 적잖다. 코로나19가 기업들의 실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놨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바다.


더욱이 선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일부 기업의 경우 강도가 얼마나 센지 "임원은 커녕 부장급 팀장이 부재인 부서도 수두룩하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어왔기에 최근 발표되고 있는 임원인사 결과가 사실 놀랍지도 않다.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기존의 사업 방식으론 생존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다 보니 과감한 변혁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몇몇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올해 임원인사는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다만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임원인사를 단행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중단기 국지전에 그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세계대전급으로 확대되면서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잭 웰치가 와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단 얘기가 올 한해를 관통해서다.


실제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미친 영향이 1930~1940년대를 초토화시킨 대공황 수준이란 게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상당수 기업이 올해도 성과주의 원칙에 입각해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지만 이런 여건에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을까.


이 때문인지 올해 임원인사는 유난히 차갑게 느껴진다.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지만 기업들이 내년에도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텐데, 만약 변혁의 성과가 미비하다면 올해와 동일한 풍광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경제구조로 회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혁신적 원동력으론 '포용적 리더십'을 꼽고 있다. 급변한 산업생태계 속에서 기업들이 영속성 확보를 위해선 '장강후랑추전랑'의 묘도 필요하겠지만, 청춘을 회사에 바친 이들의 '형님 리더십'을 활용할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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