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펀드, '맹탕' 피하려면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1일 15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진후 기자] 인프라 사업 취재를 위해 여러 건설사 실무진을 자주 만나면서 한 결 같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예전 같지 않다"는 것. 시장이 예전 같지 못하니 수익성 높은 사업은 드물어지고 실무진의 사내 입지도 과거만 못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토목(인프라)부문 매출은 3조1599억원으로 건축주택 부문(8조2575억원)의 38%에 불과했다.


부동산 활황 때문이라며 당연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인프라 부문의 수익률부터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2010년 토목 부문은 매출액 2조5959억원, 매출총이익 3264억원으로 매출총이익률은 12.57%였다. 이후 매출액은 최대 3조5700억원까지 늘어난 반면 매출총이익은 점차 감소하며 2018년엔 244억원에 그쳤다. 매출총이익률이 0.95%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이와 비슷하거나 이마저도 못한 사정이다. 이렇다 보니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정부에 건의하는 사업 제안은 점차 축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수년 전 민간주도 제안사업을 주도하던 건설사들은 십여 곳에서 단 네댓 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업을 제안할 의욕도 이유도 없다는 의미다. 자연히 알짜사업은 줄어들고 경쟁은 심화하고 저가 수주에 허덕이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었다. 건설사에 인프라 사업은 계륵이 된 셈이다.


왜일까. 실무진과의 대화 말미는 항상 이를 가능케 한 필요충분조건인 정부의 귀책으로 치닫는다. 요컨대 제안사업을 고사시킨 것이 다름 아닌 정부라는 뼈아픈 비판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인프라 시장 축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심해지고 수주할만한 사업은 더더욱 적어졌다"며 "그 환경을 조성한 것은 인프라 사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왜곡된 시각에 있다"고 꼬집는다.


실제로 정부가 인프라 담당자들에게 신뢰를 안겨준 사례는 드물다. 정부가 원 제안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를 폐지하면서 좋은 사업을 발굴·기획하고 제안할 동기부여는 사라졌다. 기획 단계에서 소요한 수십억원의 비용을 정부에 기대하기도 힘들다.


어렵게 제안한 사업의 전망이 좋을 경우, 제안을 파기한 뒤 우수한 자금력을 무기로 도로공사가 사업자로 나서기도 한다. 사업성이 좋지 않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건설사가 정부와 손실을 분담하는 위험분담형(BTO-rs) 민자사업 제도는 신안산선 사업에 단 한 번 쓰이고 폐지됐다.


이 가운데 KB금융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인프라 펀드 1호 투자대상 물건으로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선정했다. 수익성이 양호한 사업이기에 낙관도 이어졌지만, 업계에선 벌써부터 2호, 3호는 없을 것이란 예상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1호펀드만 한 사업이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우수한 사업이 없는 한 펀드는 눈먼 돈이 되기 십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기 말이 되자 예전과 달리 제안 사업 접수를 닦달하고 있다는 후문도 나온다. 토건 사업을 고사시킨 것이 업보로 돌아온 셈이다. 김 장관이 과거에 견지하던 '토건 원죄론'에서 태세를 전환한 것일까. 별달리 나아진 것은 없다는 게 건설사 관계자의 인상평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건설사가 많은 부정을 저질렀다는 전제 아래 토건사업을 괄시한 측면이 있다"며 "사업성 악화를 토로하면 '조건이 좋지 않으면 참여 안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전한다. 이어 그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김 장관보다도 완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보다 더하면 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업계에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인프라·뉴딜 펀드의 성공을 원한다면 이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당국이 토건이라면 거부 반응부터 보이는데, 장관 후보자와 정책이 벌써 엇박자의 기미를 보이는데, 개인이 인프라·뉴딜 펀드 등에 선뜻 투자하길 바라는 건 앞뒤가 뒤바뀐 처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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