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원재연 기자] 가상자산 리플(XRP) 발행사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에 반박하는 답변서를 공개하면서 리플 가격이 폭등했다. 1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 리플 가격은 최고 657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종가인 289원에서 3일간 최대 127%가량 상승했다.  

리플의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은 지난해 미국 SEC가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Ripple Lab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리플랩스가 정면으로 반박하는 답변서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리플랩스는 2012년 설립된 국제 송금업체다. 지난 2013년 은행 간 송금에 사용되는 가상자산 리플을 발행해 판매했다. 리플의 전체 시가총액은 약 28조 56000억원으로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 상위 4위를 차지한다. 

미국 SEC는 지난해 12월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 공동창업자인 브래드 갈링하우스와 크리스 라슨에 대해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증권으로 간주되는 토큰은 당국에 증권서등록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리플의 발행사 리플랩스가 이를 제출하지 않은채 가상자산을 판매했다는 것이 SEC의 주장이다. SEC에 따르면 리플랩스가 불법적으로 판매한 가상자산은 1조 4000억원 상당이다. 

이날 이후 리플 가격은 지난해 12월 최고가 859원에서 최저 199원까지 떨어졌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US등은 SEC의 소송 제기 직후 리플을 상장 폐지했으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어닥스 또한 지난달 리플의 거래를 중지했다. 지난해 이후 연초까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강세를 보인 반면, 리플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200원선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리플랩스의 첫 공식 답변서가 공개되면서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리플랩스 공동창업자들은 답변서를 통해 "리플은 증권이 아닌 화폐이고, SEC의 관할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SEC의 소송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시장 질서 회복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발행사의 답변서 공개 직후 리플 가격은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리플 가격은 200원대 후반에서 최고 560원을 기록했으며, 24시간 기준 90% 이상 상승했다. 1일 기준 최고가는 657원으로, 전일 종가인 524원에 비해 24%가량 올랐다. 

최근 월가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대응해 게임스톱의 주가를 폭등시킨 미국의 투자 포럼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또한 리플 투자자들의 투심에 영향을 끼친 분석된다. 리플의 반박문 공개 직후 월스트리트베츠 포럼에서는 리플을 지지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하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를 독려했다. 1일 기준 해당 텔레그램 채널 가입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30일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헤지펀드의 비트코인 매도 포지션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며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은 개인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