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진단키트 대표 기업 씨젠이 오랜 기간 회계처리 위반을 저지른 것이 드러나 감사인지정 3년 징계를 받았다. 씨젠의 향후 매출이나 손익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씨젠은 지난 2011년부터 2019년 반기(6월)까지 매출액과 개발비(무형자산)를 과대계상하고, 1년 이내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한 전환사채(CB)를 유동성 부채로 분류하지 않아 지난 8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징계를 받았다. 징계에는 ▲과징금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및 직무정지 6월 ▲내부통제 개선권고 ▲각서 제출 요구▲감사인지정 3년이 포함돼 있다.

씨젠은 지난 2010년 상장했다. 2010~2011년 국내 4대 법인 중 하나인 안진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받다가 2012~2013년 다인회계법인으로 교체했고, 2014~2019년엔 우덕회계법인으로 바꿨다. 다인회계법인은 지난 2014년 해산했으며, 우덕회계법인은 2019년 기준 국내 회계법인 매출 30~40위권이다. 결과적으로 씨젠의 회계처리 위반은 규모가 작은 두 회계법인에서 감사 받는 기간에 일어났다.

증선위는 이번 씨젠의 회계처리 위반을 적발한 뒤 다인회계법인에서 씨젠 감사를 담당했던 공인회계사 2인에 대해 "감사절차에 소홀했다"며 주권상장·지정회사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 1년 징계를 내렸다. 증선위는 우덕회계법인을 두고는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50%, 우덕회계법인에서 씨젠 감사를 담당했던 공인회계사 2인에 대해선 주권상장·지정회사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 1년을 처분했다.

지난해 씨젠은 삼덕회계법인으로 변경해 1분기, 반기, 3분기 감사를 받았다. 삼덕회계법인은 2019년 기준 매출액 1192억원을 기록, 매출 규모 기준에서 보면 삼일·삼정·한영·안진회계법인 등 빅4 다음이다.

하지만 증선위가 씨젠에 대해 감사인지정 3년 징계를 예고해 삼일·삼정·한영·안진회계법인 등 '빅4' 중 하나가 씨젠의 실적을 예리하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부감사대상 상장법인 2282곳 중 감사인 지정을 받은 기업은 1060곳이며, 이 중 '빅4'가 526곳을 감사했다.

회계 관련 전문가들은 "씨젠의 경우 매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지정감사인이 빅4 중 하나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예전 감사인들이 씨젠의 '매출 뻥튀기'나 개발비의 무형자산화에 관대했던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지정감사인은 씨젠의 실적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증선위의 지정감사인 제재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매출 1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 달성이 예상되는 씨젠의 2020년도 감사는 삼덕회계법인이 그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씨젠 관계자는 "(지정감사인)제재 시행 시점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2020년 감사는 기존 회계법인(삼덕)이 진행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바이오계 관계자는 "새 감사인이 오면 2020년 장부를 새로 조사할 것이고, (기존)삼덕회계법인이 하더라도 씨젠의 실적을 한 번 더 보수적으로 관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젠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많은 제품을 개발할 예정으로 이와 관련된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도 감사 과정에서 까다롭게 볼 부분이다. 이에 대해 씨젠 관계자는 "회계 관리나 내부통제 시스템을 지난해 대폭 강화했기 때문에 예전 과오를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