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상장을 앞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사에서 의약품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정체성을 변경했다. 잇단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체결이후 기업가치 산정과정에서 글로벌 신약 개발사가 아닌 CMO·CDMO 전문기업들로 비교기업을 한정한 것이다. 일각에선 불확실한 신약 개발대신 안정적 매출이 기대되는 전문 CMO로의 체질 전환을 통해 시장내 몸값 거품 논란까지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그동안 '백신 개발사'임을 강조해 왔다. 독감, 대상포진 등의 백신을 개발, 판매하며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586억원, 영업이익 268억원을 거뒀다. 매출 대부분(63.7%)을 자체 개발한 백신 제품 판매로 실현했다.

하지만 상장 과정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정체성은 변화했다. 상장 주관사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비교기업을 신약 개발업체가 아닌 CMO·CDMO 업체만으로 한정하고 약 5조원의 몸값을 도출했다. 론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총 3곳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잇달아 체결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해당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의 가치를 반영해 '백신 개발 및 제조사'로서 IPO 몸값을 측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파이프라인은 총 2개다. 자체 연구개발 중인 'NBP2001' 외에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후원 속에 개발 중인 'GBP510'도 있다. 현재 GBP510의 경우 임상 1상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자체 백신의 경우 아직 연구 초기 단계로, 임상 실패나 지연 가능성이 여전한 탓이다. 

반면 CMO·CDMO 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노바백스 등 총 2곳의 글로벌 제약사들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예컨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로부터 총 1억 도즈(성인 1회 접종분) 분량의 백신 제조·공급을 맡게될 경우 20달러(한화 약 2만2000원) 수준인 코로나19 백신 공급가격을 감안하면 연매출액 규모는 최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경북 안동 소재 생산 공장인 'L하우스'에서 제조할 수 있는 백신 규모는 연간 5억 도즈로 알려져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국내외에서 지속되고 있는 점,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매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앞서 강조했던 신약 개발사가 아닌 CMO·CDMO 업체로 비교기업을 한정해 IPO를 진행하는 것은 기업가치 산정에서 '합리적 결정'이라는 평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3월 1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IPO를 진행중이다. 상장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가 희망밴드(4만9000원~6만5000원) 최상단을 기준으로 4조9725억원이다. 기관 수요예측은 3월4일~5일 양일간 진행된다. 전체 공모 물량은 2295만주로, 이중 최대 75%(1721만2500주)를 기관 몫으로 배정했다.상장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 공동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