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MK시대…정의선의 과제
그룹 내 등기이사직 모두 사임…품질·지배구조·미래차 경쟁력 확보 관건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2일 12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좌), 정의선 회장.(사진=현대차)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까지 내려놓으며 그룹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그는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지만 정의선 회장 체제의 공고화를 위한 조언자 역할은 지속할 전망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다음달 24일 개최하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 21일까지로 약 1년이 남았지만,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지난해 그룹의 간판인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등 그동안 행보의 연장선으로,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차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21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공석은 그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메웠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미등기임원과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만을 유지했다. 정 명예회장은 앞서 2014년 현대제철, 2018년 현대건설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10월에는 그룹 회장직도 내려놨다.


그의 경영일선 후퇴는 건강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읽힌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7월 대장게실염 문제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고 그해 11월 퇴원해 자택에 머물고 있다. 대장게실염이란, 대장벽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생긴 주머니에 염증이 생긴 질환을 말한다. 


그의 입원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졌다. 일반적으로 대장게실염이 수술 뒤 회복까지 약 2주가 소요되고, 현대차그룹도 당시 "치료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염증이 조절되면 퇴원할 계획"이라며 입원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지만 입원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이번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에서 조기에 물러나는 것을 놓고 현실적인 조치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6년말 이른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관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것이 마지막이다.


◆'MK' 조언자 역할은 지속…친환경차 '체질개선'


정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만 정의선 회장의 체제 공고화를 위한 조언자 역할은 지속할 전망이다.


정 명예회장은 정의선 회장을 위해 일찌감치 경영지도에 나섰다. 자신이 숱한 역경을 딛고 일군 현대차그룹을 한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지도' 성격이 짙었다. 1999년 현대차에 입사한 정의선 회장이 20년 만에 그룹의 최고자리까지 순탄하게 오를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 것이다. 그결과, 정의선 회장은 2002년 현대차 전무, 2003년 기아차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을 거쳐 2018년부터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는 등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정 명예회장의 경영일선 후퇴는 자연스레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의선 회장 체제의 공고화를 의미한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등을 핵심 성장축으로 내세운 상황이다.


자동차업계는 더이상 천편일률적으로 완성차만을 찍어내 팔아 수익화를 기대할수 없는 시대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EV), 수소차,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자연스레 경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해졌다. 독자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 경쟁사와의 협업이 요구되고 있고, 기존의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테슬라 등 새로운 경쟁대상이 우후죽순 파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 완전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합작 기업 '모셔널(Motional)'을 설립하는 한편, 다양한 세계 모빌리티 기업들과 협업, 지역별 특색을 고려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차량은 물론 다양한 산업에서의 활용을 통한 수소 생태계 확장도 꾀하고 있다.


◆위기관리·지배구조개편…과제 산적


위기관리도 중요하다. 친환경차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며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이지만, '코나EV'의 잇단 화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역량 확대를 위해서는 코나EV 화재 문제를 원만히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용 전기차플랫폼 'E-GMP'가 적용된 전기차를 연이어 출시한다. 현대차의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아이오닉 5'와 기아(기아자동차) 최초의 전용 전기차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의 전용 전기차 'JW(프로젝트명)' 등이 시장에 나올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현재 8개 차종에서 2025년 23개 차종으로 확대해 세계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지배구조개편도 주요 과제다.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 회장직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몽구->정의선'으로의 그룹 지배구조 재구축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아차(17.28%)->현대모비스(16.53%)->현대차(33.88%)->기아차 ▲기아차(17.27%)->현대제철(5.79%)->현대모비스(16.53%)->현대차(33.88%)->기아차 ▲현대차(4.88)->현대글로비스(0.69%)->현대모비스(16.53%)->현대차 ▲현대차(6.87%)->현대제철(5.79%)->현대모비스(16.53%)->현대차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 체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모빌리티 역량 확대와 더불어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기존 대비 진척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의 근간이 순환출자이므로 자칫 잘못할 경우 지배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어 다각도로 자문을 구하며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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