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논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부담 짊어진 기업
④올해 주총 최대 이슈…부결 시 관리종목 지정 위험까지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5일 09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상법이 개정되면서 상장사들은 본격적으로 새로운 제도를 적용하게 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 3% 의결권 제한 규정 개편 등을 고려할 때 감사위원 재선임을 앞둔 기업들은 이사 선임 과정에서 잡음을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 완화, 배당기산일 폐지 등 내용이 담겼지만 소수주주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팍스넷뉴스는 상법 개정안의 주요 사안별로 이전과 달라진 기업 환경을 짚어보고자 한다. 


[팍스넷뉴스 배지원 기자] 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상장사 사이에서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542조12 2항)'이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3인 이상의 감사위원 중 1인은 '감사위원이 될 이사'로 분리해 따로 선출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이사회 선임후 구성원 중 한 명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경우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일반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나 자산 1000억원 이상의 기업 중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 법인은 모두 1명의 감사위원을 기존 이사 선임방식과 분리해 선출해야 한다.


분리선출제 의무는 감사위원회를 둔 상장사로 규정하고 있고 자산 2조원 이상의 법인만이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를 지닌다. 다만 감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을 경우 실무적으로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만큼 최근 들어 자산 2조원 미만의 회사도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8월 기준 코스닥 기업의 경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4개에 불과하지만 총 157개의 법인이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코스피는 164개 기업이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를 지니지만 총 231개 기업이 감사위원회를 뒀다. 상당한 수의 법인이 분리선출제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쟁점은 소액주주를 위해 마련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가 일부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부분이다. 제도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당장 임기를 앞둔 감사위원부터 분리선출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기업이 분리선출 대상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상법 개정전 감사위원 선임은 이사로 선임된 인물 중 한 명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3%룰이 적용되지 않는 이사 선임 단계를 거친 인물이 감사위원 대상이다. 물론 감사위원의 선정 단계에서는 3%룰이 적용되지만 후보군 선정과정에서 이미 최대주주의 의사가 반영된만큼 감사 업무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다만,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의 경우 '개별 3%(모든 주주에 의결권 제한 적용)'가 적용되고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은 '합산 3%(대주주·특별관계인 의결권 제한 적용)'룰을 적용받았다. 



분리선출제로 선임되는 감사위원은 이사 선임 과정에서부터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구분해 선출해야 한다. 즉 일반 이사는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없이 선임될 수 있지만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뽑는 과정에서는 처음부터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업계에서는 소액주주의 의결권 보호를 위한 분리선출제 적용에서도 3%룰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동일하게 부각된다고 지적한다. 제도의 취지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단 일반 소액주주  참여율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총에서의 주주 참여가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 선임 과정의 규제 불균형은 경영권 위협만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협회가 2020년 주주총회 평균 주주참석률은 전체 1%다. 1%미만의 소액주주의 경우 0.8%로 전반적으로 주주총회 참여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집계됐다. 감사위원 선임에 투표할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경영권 침해에 나선 투기자본만 참여한다면 기존 경영권에 심각한 타격이 예고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투기자본이 보유 지분의 소유권을 펀드나 국가별로 분리해 개별 3%룰의 적용을 회피하는 '늑대 떼(Wolf-pack)' 전략을 구사한다면 3%룰 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결국 대주주에만 분리한 규제의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감사위원 선임 시부터 적용되는 분리선출제로 감사위원 3명 중 어떤 사람을 분리선출할지를 기업이 직접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사위원 중 A가 소액주주가 가장 선호할 수 있는 후보임에도 당장 올해 B가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 B를 분리선출제로 선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영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영진의 자율권이 침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분리선출을 통해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선임건이 부결될 경우에는 상법상 요구되는 사외이사 인원을 갖추지 못할 위험도 따른다. 상법에서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법인에 대해서는 이사 중 2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둘 것을 의무로 하고 있다. 만일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에 실패해 사외이사 원수를 채우지 못한다면 해당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취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제도의 성공적 적용을 위해 선결과제가 많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3%룰)과 함께 주주의 경영진 선임 권한을 제한하고 재산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며 "일부 투기자본의 경영 위협에 자칫 감사를 선임하지 못해 사외이사 인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 경영활동과 관련없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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