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주주 실익 없는 '상법 개정안'
'주총 참여' 취지와 다른 부작용…주주 혼란·기업 부담 불가피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4일 08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배지원 기자] 주총 시즌을 앞두고 상장사들은 그야말로 '카오스'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말 개정된 상법의 본격적인 적용을 앞두고 해석부터 실무까지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변화가 예고돼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집 통지와 동시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동시에 배당 지급을 위한 실적 기준일인 '배당기산일'도 폐지됐고, 감사위원 중 1인을 분리선출 해야 한다는 점도 새로워진 환경이다.


우선 사업보고서를 최소 주총 1주일 전에 게재해야 한다. 기존에는 주총에서 재무제표를 확정한 뒤 3월말까지만 공시하면 됐다. 앞으로는 사업보고서의 첨부문서로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감사 일정도 빠듯해진다. 감사인의 부담은 상당히 커졌고, 협의 기간이 짧아지면서 비적정의견을 받을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상장법인들이 3월말에 주주총회를 열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사업보고서 제출일이 사실상 짧아지면서 '슈퍼주총데이'의 심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를 분산하기 위해 이번 상법개정안은 12월 말로 정해진 '배당기산일'의 폐지도 담고 있다. 배당기산일을 12월 말이 아닌 1~3월로 정할 경우 주주총회도 4~5월에 개최해도 된다.



하지만 주주총회를 늦게 개최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관 변경이 우선이기 때문에 올해는 주총일 집중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배당기산일이 폐지됐지만 주주총회를 천천히 열기 위해 정관을 변경하고, 실무적인 부담과 주주들의 원성을 들을 기업은 적다는 것이다. 배당기산일을 바꾸면 주주의 배당락 일정도 달라져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개정안이 순식간에 통과되면서 오류도 곳곳에 눈에 띈다. 배당기산일과 관련된 규정이 삭제되면서 '동액 배당'의 근거도 사라졌다. 동액 배당은 전년도에 유상증자나 전환권 행사로 신주 발행이 있어도, 배당락 기준일에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면 모두 같은 금액의 배당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근거 규정이 사라지면서 상장사들은 '개정안의 취지와 무관하니 동액배당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과 함께 '유권해석을 명확하게 해둬야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에 대한 걱정도 넘쳐난다. 3인 이상의 감사위원 중 1인은 '감사위원이 될 이사'로 분리해 따로 선출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이사회 선임후 구성원 중 한 명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경우,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일반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일부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


당초 개정안의 취지는 주주총회를 분산해 주주들의 참석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으로 주주들의 참여가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전자투표제도가 실시됐지만 주주들의 참여는 5%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대다수 주주는 주식 거래를 통한 차익, 배당 수익에만 관심이 높아 의결권을 행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주주의 권리를 강화시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현실에서 상법 개정안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주주의 혼란이 심화되고, 기업의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실익보다는 부작용이 크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번 주총 시즌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상법 개정안의 허점이 드러날 전망이다. 빈대잡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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