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
틈새시장 '지역주택조합'의 터줏대감
①리스크 낮은 사업만 선별 수주…수주잔고 8조원대로 확대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08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서희건설은 초창기 운송업에서 시작해 건설업으로 업종을 전환한 곳이다. 상대적으로 늦은 1980년대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건설업 안착이 쉽지 않았고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2010년대 이후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틈새시장이었지만 서희건설은 묵묵하게 경험을 쌓으며 사업 노하우를 익혀갔고 그 사이 지역주택조합 시장을 사실상 평정하다시피 했다. 주택시장 호황이라는 호재도 있었지만 서희건설의 사업 집중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조합원 70%, 토지 95% 확보한 사업만 시공


서희건설은 1982년 영대운수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포스코 공채 2기 출신인 이봉관 회장의 영향으로 사업 초창기부터 포스코 등 굵직한 거래처를 확보하며 철강 전문 운송업체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94년부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토건정비 사업을 수주한 것을 계기로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건설업 진출 초기, 서희건설의 사업영역은 주로 교회, 학교, 병원 등에 국한됐다. 후발주자라는 한계 탓에 중소형 공사에만 수주물량이 몰려있었던 것이다. 이 시기 서희건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수익성과 재무상태 악화로 고민이 깊었다.



서희건설은 2013년부터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많아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우려한 대형 건설사들이 좀처럼 진출을 꺼리는 시장이다. 중소형 단지에 특화한 건설사들이 진입하기에도 사업규모가 적절치 않은 곳이다. 남들이 외면하는 시장이지만 서희건설은 꾸준히 업무대행사(지역주택조합 시행사)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며 시장을 개척해나갔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일반 도급사업에 비해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크고 사업진행 상황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 같은 리스크를 감안해 서희건설은 철저하게 선별 수주전략을 사용한다. 공급예정 세대수의 70~80% 이상 조합원을 모집하고 토지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한 현장 위주로 수분양자에 대한 중도금 대출 승인까지 완료한 뒤에 공사를 개시한다. 


일반분양 리스크와 영업자산의 급격한 증가 및 부실화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이 공급세대의 50%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해야 조합설립 인가신청이 가능하고 토지 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해야 사업승인이 이뤄진다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친 뒤 공급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경우 일반분양보다 장점이 더 많아진다. 우선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싸고 대부분 과열지구가 아닌 곳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규제도 덜한 편이다. 미분양 리스크도 낮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하우가 상당한 서희건설은 토지를 확실히 확보한 지역주택조합 사업만 진행하고 아니다 싶으면 발을 뺀다"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터줏대감답게 리스크 관리를 잘한다는 평을 듣는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 브릿지론 채무보증 601억, 우발채무 위험 제한적


지역주택조합 등 민간주택부문이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은 후 서희건설의 수주 실적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수주잔고는 2조9732억원으로 2019년 매출액(1조2429억원)을 감안하면 2년5개월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공사가 진행 중인 것만 계산한 것으로 실제 수주잔고는 8조원 이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연간 매출액의 6배가 넘는 규모다. 사업추진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을 감안해도 연간 신규 착공물량은 지난해 1조3000억원에 이어 올해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례로 2019년 12월말 기준 수주잔고는 5조3000억원으로 이중 미착공잔고 2조6000억원과 착공 잔고 2조70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주잔고에서 미착공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며 "서희건설의 경우 미착공 현장에서 착공현장으로 전환하는 기간이 일반적으로 1년 이내로 착공지연에 대한 리스크는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착공 현장의 분양률은 99%, 미착공 현장은 조합원 모집률이 약 8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잔고 중 지역주택조합사업은 3조8000억원으로 70%가 넘었다. 이중 착공 현장은 1조8000억원, 미착공 현장은 2조원 규모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리스크도 비교적 양호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평이다. 2019년 들어 진행사업장 중 조합원 80% 미만의 사업장 비중이 증가했지만 대부분 주변 시세대비 일반분양의 가격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 일반분양 물량을 확대하고 조합원 비중을 줄인 곳들이다. 조합원 지위를 상실해도 일반분양으로 전환해 미분양 물량의 분양권을 확보할 수 있다. 미분양 리스크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2019~2020년 5월 준공현장의 평균 입주율이 100%에 달한다. 입주지연이 발생하더라도 잔금 비중(계약금의 10~15%)이 낮아 입주지연으로 발생하는 위험도 낮다는 분석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부실이 나타날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말 기준 서희건설이 지역주택조합사업 토지대 등 브릿지론과 관련해 제공한 채무보증액은 601억원에 불과하다. 2017년 2114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현장은 조합원 모집률이 대부분 80% 이상을 기록해 우발채무 위험도 제한적이라는 평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희건설의 경우 사업성 악화, 사업승인 미취득, 사업조건 미이행 등으로 해지하는 사업장이 연간 1~2개에 불과하다"며 "8조원이 넘는 공사물량을 확보한 것을 감안하면 사업안전성은 우수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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