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광풍에 기름 부은 균등배정
중복청약 막차 몰려 0주 배정 속출…성급한 제도 시행 아쉬워
이 기사는 2021년 04월 30일 09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자들이 지난달 10일 NH투자증권 영업점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사진=NH투자증권)


[팍스넷뉴스 김민아 기자] 또 다시 역대급 청약기록이 나왔다. 지난 28~29일 청약을 진행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서다. 총 증거금 80조9017억원이 몰리며 종전 최고 증거금이었던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198억원)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음달 11일 상장하는 SKIET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 뒤 상한가)'에 성공하면 주가는 27만3000원까지 오른다. 공모주 물량을 받은 투자자는 주당 16만8000원의 차익을 얻는다. 따상상에 성공하면 주가는 35만4900원으로 주당 24만99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웃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다. 균등배정 물량보다 더 많은 주문이 접수돼 한 주도 받지 못하는 '0주 배정'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4곳에서는 균등배정 물량보다 청약 계좌수가 많아 무작위 추첨제로 배분한다. SK증권에 청약한 투자자들만 균등배정으로 1주를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



균등배정 도입 이후부터 우려 사항으로 지적 받은 문제가 이번에도 발생한 셈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작년 11월 말 공모주 배정 방식에 균등배정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12월 증권신고서를 최초로 제출한 기업부터 이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다만 중복청약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허용됐다.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차명계좌를 활용하거나 중복 청약이 대거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여러 증권사의 계좌를 통해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공모주 배정 제도가 바뀌면서 한 증권사에 많은 증거금을 넣는 것보다 여러 증권사에 최소 수량으로 청약을 넣는 것이 소액으로도 많은 물량을 받을 확률이 높아서다.


3월 공모를 진행한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도 0주 배정이 나왔었다. 청약을 진행한 6개 증권사 중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에 청약한 투자자들 중에서는 1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지난 19~20일 청약을 진행한 쿠콘 역시 청약 건수가 균등배정 수량을 초과하면서 1주도 받지 못한 청약자들이 대거 발생했다.


게다가 금융위가 다음달 20일부터 중복청약을 금지하는 자본시장법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복청약 막차'를 타겠다는 수요가 몰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소액 투자자들의 공모주 배정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오히려 1주도 못 받는 경우가 대거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균등배정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번개불에 콩 볶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 하지 않은 채 여론에 떠밀려 급하게 마련된 제도라는 지적이다. 시행 초기인 만큼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당초 노렸던 정책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제도 도입에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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