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아마존 혈맹 미뤄지는 이유는 H&Q
지분 인수·스왑 추진 이전, H&Q 엑시트가 선결과제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5일 11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신진섭 기자] 11번가의 믿을 구석은 아마존이지만 양사의 협력 관계는 아직 공고한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았다는 평이다.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GP) H&Q 측으로부터 받은 투자가 아마존과의 협력을 가로막는 암초가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 방식으로 이커머스 협력을 추진하다고 밝혔다. 플랫폼 영향력, 풀필먼트, 유통 노하우 등 이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에서 경쟁사 대비 열위에 있는 11번가가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과의 협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 입장에서 보면 양사의 이해를 일치시키기 위해 주식 발행가액을 다소 낮춰서라도 아마존을 11번가의 전략적투자자(SI)로 즉시 참여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양사의 혈맹관계 구축을 위해선 주식매매계약(SPA)이나 아마존과 11번가의 지분스왑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일정 조건'이 충족돼야만 아마존에게 신주인수권리를 부여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여기서 일정 조건이란 11번가의 2대주주 H&Q 컨소시엄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존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면 지분희석이 발생해 H&Q 측의 지분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H&Q의 동의 없이는 아마존에게 신주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H&Q 측의 주요 투자자(앵커)가 국민의 세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인 점을 고려하면 SK텔레콤의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질 수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달 일각에서 11번가 지분 30%를 아마존에게 넘기는 양수도 계약을 추진 중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아마존의 지분 참여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SK텔레콤이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기존 투자자와 협의 되지 않은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이 투자계약 위반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행동으로 추측된다. 


투자계약에 따르면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나 이전, 자본감소(합병 등)가 이루어지는 경우 H&Q컨소시엄이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전환가액이 조정(리픽싱)된다. RCPS가 분할 또는 병합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리픽싱이 진행되면 H&Q 컨소시엄이 보유한 11번가 주식수가 증가하게 되고 이는 IPO 과정에서 공모가 하락을 부추기는 잠재 매도물량이 될 수 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소각했다. SK텔레콤이 아마존을 혈맹으로 포섭하기 위해 제시할 카드가 빈곤해진 상황이다.


답답하긴 H&Q 측도 마찬가지다. 투자 당시 11번가 IPO가 실패할 경우 3.5%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받는 내용의 투자자 보호조항(다운사이드 프로텍션)을 걸어 놓았지만 통상 사모펀드 운용사가 5년 투자에서 목표로 하는 15~20%의 IRR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난해 실적을 놓고 보면 11번가가 IPO 과정에서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동종 기업 거래 사례에 비춰보면 11번가의 기업가치는 H&Q 측이 투자한 2018년과 비교할 때 답보 상태이거나 다소 하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이마트는 특수목적회사(SPC) 에메랄드에스피브이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지분 약 80%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분 100%의 가치를 4조3000억원으로 산정한 셈이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추산 총거래액(GMV)이 20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딜의 거래액 배수(멀티플)은 0.215배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 11번가의 추정 거래액은 10조원 정도로 이베이코리아와 동일한 멀티플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지분 100% 가치는 2조1500억원으로 계산된다. 11번가의 시장점유율이 이베이코리아 대비 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거래액 배수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인 11번가는 IPO 시 기업가치 평가법으로 주가수익비율(PER),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를 제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번가 관계자는 H&Q 컨소시엄과의 투자 계약에 대해선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과의 협업은 단순히 11번가에서 아마존 취급 상품을 구매 가능한 숍인숍(상점 내 상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디어 커머스, 독점 상품 판매, 우체국을 통한 익일 배송 서비스 등을 통해서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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