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팩 투자 '잭팟', 한국에선 기대하기 힘들다
스팩 주가 급등, 합병 대상 확보 '불가', 태생적 한계도 문제…'원금보장'은 오해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1일 08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전경진 기자] 니콜라(전기차), 퀀텀스케이프(전기차 배터리), 버진갤럭틱(우주여행), 드래프트킹스(온라인 스포츠 베팅). 이들은 국내 주식 투자자들도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미국 상장 기업들이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스팩 합병 방식으로 미국 증시 데뷔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상장 후 급등하기도 했다. 통상 합병 전 스팩 주가가 과거 기업공개(IPO) 당시 책정 받은 공모가 10달러 수준에서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제적으로 스팩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큰 투자 차익을 이미 실현한 상태다. 


예를 들면 현재 기술사기 논란에 휩싸여 니콜라 주가의 경우 폭락한 상태지만, 작년 6월까지만 해도 주가가 65.90 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퀀텀스케이프의 경우 현재도 24.54달러에 주식이 거래되는 중이다. 또 현재 버진갤럭틱의 주가는 25.30달러, 드래프트킹스는 48.16달러다. 10달러 수준에서 스팩 주식을 매입했다면 100~400% 수익을 낸 셈이다.


하지만 이는 태평양 건너 미국 증시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상장 스팩 투자를 통해서는 투자 '잭팟'은 커녕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더 높다.


우선 현재 국내 상장 스팩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해 있다는 점에서 투자 잭팟 이벤트인 '합병' 자체를 기대하기 힘든 형국이다. 가령 삼성스팩4호의 주가는 9월 30일 기준 5900원으로 공모가(2000원)의 3배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보통 스팩합병은 스팩과 비상장사(피합병대상)의 기업가치를 비교한 후 합병비율을 책정해 이뤄진다. 그런데 삼성스팩4호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진 상태라 비상장사의 대주주 입장에서는 합병 추진시 대규모 지분율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 이들 대주주 입장에서는 저렴한 스팩을 찾는 편이 낫지 삼성스팩4호와의 합병을 우회 상장 대안으로 선택할 일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삼성스팩4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성머스트스팩5호 주가는 4465원이다. 다른 증권사들의 스팩도 공모가 2000원을 훌쩍 넘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스팩 주가가 2300원만 넘어서도 합병 자체가 이뤄지긴 힘들다고 꼬집는다. 


더욱이 국내 스팩의 경우 태생적으로 잭팟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식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유명 투자사들이 '합병'이란 목적을 충실해 스팩을 설립한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설립한 SVFA나, 헤지펀드업계 거물 빌 애크먼의 PSTH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스팩이다. 반면 국내 스팩의 경우 증권사 IPO 본부가 사업부 실적 채우기용으로 스팩 상장을 추진한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즉 스팩을 상장시켜 공모자금 일부를 수수료로 취득해 사업부 수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스팩을 상장해두면 중소·중견기업 중 자체적으로 IPO를 진행하기 어려운 곳들에게 영업(상장 주선 제안·딜소싱)을 하는데 편리하기도 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최근 상장 스팩의 주가가 급등하고,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은 스팩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금이 보장되는 투자처라는 오해인데, 이는 상장 스팩이 아니라 '스팩 IPO'에 한정된 말이다. 스팩은 상장 존속 기간이 3년간(36개월) 주어지는데, 이 기간 합병 대상을 확보하는데 실패하면 청산 절차를 진행한다. 이 때 주주들에게 공모가(2000원) 수준에서 투자금을 환불해줄 뿐이다. IPO 때 모집한 공모자금 90%를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해뒀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기껏해야 주당 2100~2200원으로 환불을 받는다. 즉 만약 4000~5000원짜리 기상장 스팩 주식을 매입했다면 결과적으로 절반의 손실까지 입을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상장 스팩의 주식을 매입할 때는 현재 주가가 공모가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 게 그나마 현명한 투자방법이다. 현재와 같은 기상장 스팩 투자 광풍 현상에 휩쓸리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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