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한울 기자] 일양약품의 오너 3세 정유석 부사장이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친 정도언 회장이 고령(1948년생, 73세)인 데다, 일양약품의 주가가 1년 새 폭락함에 따라 정 부사장이 경영 승계를 염두하고 지분 매집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정 부사장은 올해 3월부터 일양약품 지분 매집에 나섰다. 그는 11월 17일까지 총 32차례에 걸쳐 3만366주(74만8511주→77만8877주) 매입했다. 이에 정 부사장의 지분율도 같은 기간 3.86%에서 4.08%로 0.22%포인트 상승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일양약품의 경우 다른 제약사와 달리 오너 자녀들의 지분 변동이 거의 없어왔단 점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일양약품도 3세 경영 채비에 본격 나섰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일양약품 창업주인 고(故)정형식 명예회장이 그랬듯 정도언 회장 역시 장남 승계원칙에 따라 정 부사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4월 2억3700만원을 들여 일양약품 주식 7000주를 매입하면서 지분 매입 신호탄을 쐈다. 하지만 자체 개발 백혈병 신약 슈펙트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3만원 대였던 주가가 10만원 대로 상승하면서 더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올 3월 해당 약품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양약품의 주가 역시 예년 수준인 3만원 대로 하락하자 정 부사장이 다시 자사주 매집에 나서게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도 "정유석 부사장의 자사주 매집이 주가 방어 차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경영권 승계를 받기 위한 수순으로 보여진다"며 "정도언 회장이 고령인 데다, 일양약품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이니 만큼 정 부사장 입장에선 부친이 보유한 지분을 증여 받았을 때 내야 할 세금(증여세) 대비 장내 매매가 저렴하다고 판단해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게 됐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23일 종가 기준 정도언 회장이 보유한 일양약품의 주식가치는 약 1213억원(416만7794주, 21.84%)이다. 정 부사장이 이를 모두 증여받을 경우 최소 541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즉 일양약품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이니 만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보니 정 부사장이 자사주 매집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을 것이란 게 일각의 시각이다.
그러나 일양약품은 업계의 이 같은 전망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지분 확대에 따른 경영 승계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할 만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동연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3월 전에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일부 증여 받을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08년 3월 일양약품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5연임에 성공한 업계 최장수 전문경연인이다. 일양약품 연구소장출신으로 일양약품의 자체 국산 신약 항궤양제 '놀텍',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슈펙트' 등 개발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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