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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약강강 오너를 기대하며
김진배 기자
2022.04.06 08:38:12
오너 3·4세, 경영능력 입증 위한 숟가락 얹기 지양해야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5일 08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강약약강(強弱弱強). 강한 상대에겐 약하고 약한 사람에겐 강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자신보다 약자를 괴롭혀 자신이 강하다고 착각하거나 이를 과시하려는 사람을 비꼴 때 쓰인다. 반면, 약약강강(弱弱強強)은 약한 상대에겐 약하지만 강한 자에겐 강하다는 뜻이다. 약한 사람일 수록 자신을 낮추며 상대를 돕고 강한 척 하려는 상대에겐 더 강한 면모를 드러내 제압하는 '의인'을 칭찬할 때 쓰인다.

최근 기업 오너들이 고령화되면서 그의 자제들인 3·4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회사 업무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아왔다. 최근에는 임원으로 회사를 이끌다가 성과를 보여 이사회에 합류해 본격적인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앞서 언급한 '성과'는 대부분 매출, 영업이익 등으로 평가된다. 회사가 지난해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면 회사를 이끄는 사람의 경영 능력이 부진한 것이 되고, 큰 차이가 없었다면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떤 이유에서건 큰 폭으로 성장세를 보였다면, 그것은 빛나는 업적이 된다.


기업 승계를 해야 하는 오너 자제들에게 필요한 것은 '빛나는 업적'이나 '무난한 평가'다. 이에 따라 이들이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가장 좋은 무대가 되는 곳은 실적이 견고한 계열사다. 사업이 자연스럽게 커지며 매년 실적이 올라가는 회사나, 시대상황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경영 실패 위험성이 높지 않다. 1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경영 능력에 대한 업적을 쌓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 농담 반 진담 반 나오기도 한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 형제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만 사내이사에 진입하고,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자리를 옮긴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경영능력 평가에서 긍정적인 점수는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겠지만, 어려움을 피하고 쉬운 곳에서 자신을 드러내려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자세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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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상적인 그림은 아니다. '입증'이라는 단어의 뜻은 '증거를 내세워 증명 함'이다. 즉, 경영능력 입증에서는, '본래 잘 되던 것이 계속 잘 됐다'가 아니라, '잘 안 되던 것을 잘 되게 했다'는 증거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기업 오너 자제가 승계를 위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정한 경영인 마인드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적자인 사업을 흑자전환 하는 것과 같은 일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여반장일 순 없다. 오너 4세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은 2018년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할 당시 사업 악화를 막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성공적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 받는 한화그룹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도 초기부터 공을 들여온 태양광 사업 실적이 오락가락 하는 것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흑자전환과 같은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2020년11월 이 부사장이 실적개선에 실패하고 안정적인 사업처인 코오롱 글로벌 자동차부문으로 옮긴 직후 코오롱 인더스트리 패션부문(FnC)은 실적 반전을 이뤘다. 이 부사장이 이끌었던 2020년 매출 8680억원, 영업손실 107억원이었던 실적이 2021년 매출 1조18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90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FnC 부문을 버리고 떠난 이 부사장은 지속적으로 실적이 견고한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맡으며 지난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가 떠난 자리에서 곧바로 흑자전환 사례가 나왔다는 점은 그의 경영능력에 의문부호를 더하게 하기도 했다.


오너, 그리고 진정한 경영인의 마음가짐이라면 어려운 일 일지라도 부진한 계열사를 이끌며 실적 반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닐까 한다. 또한 이것이 시장에는 진정한 오너의 '책임경영'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이 부사장이 지속적으로 FnC 사업을 이끌었다면, 조현준 회장이 효성케미칼이나 효성중공업 사내이사를 맡아 부진한 실적을 개선시키겠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부디 약약강강의 정신으로 약한 상대(실적이 저조한 회사)를 이끌고, 강한 상대(실적이 좋은 회사)에 숟가락만 올리는 일이 없는 경영 사례가 자주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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