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과 아파트 붕괴사고 등 악재에도 재계 순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규모도 예상과 달리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올해 HDC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15조1220억원으로 지난해(13조5490억원)보다 11.61% 증가했다.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재계 순위는 28위로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자산총액은 3년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11조7080억원, 2021년 13조5490억원, 올해 15조1220억원으로 매년 10%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HDC그룹은 재계 순위를 31위에서 28위까지 끌어올렸다.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과 지난해 광주 학동참사, 올해 초 광주 화정아이파크붕괴사고 등 각종 악재에도 자산이 증가한 것이다. 사안이 마무리 되지 않아 피해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만큼 HDC그룹의 순위도 당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은 현재 HDC현산과 컨소시엄의 재무적투자자(FI) 미래에셋대우를 상대로 계약이행금에 대한 질권소멸통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손을 들어주면 HDC현산과 미래에셋대우는 인수를 위해 지급한 계약금 2515억원을 몰취당하게 된다.

다만 이번 소송의 결과가 그룹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 전액을 이미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또 HDC그룹의 관점에서 이번 소송가액(2515억원)과 비용도 그룹의 자산총액 대비 적은 액수라는 평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송가액은 10조원이 넘는 HDC그룹 전체 자산의 10% 이하"라며 "이번 소송의 결과가 재계 순위와 재무구조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영업정지·등록말소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HDC현산에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책임을 물어 영업정지 1년 또는 등록말소를 사전통지했다. 정확한 처벌 수위는 청문절차 등을 거친 뒤 정해질 예정이다.

다만 업계는 법정공방과 당국의 검토가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경우 회사의 중대한 손실이 예상되지만 재무구조에 반영하는 것은 추후의 일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HDC현산이 지난해 손실추정액을 일부 반영했고 영업정지로 인한 수주 공백이 매출로 나타나는 것은 2~3년이 지난 뒤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시공이 진행 중이거나 시공을 앞둔 사업장에서 시공계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HDC현산은 최근 대전 도안 아이시티파크 2차(대전 도안 2-2지구) 신축공사에 대해 시행사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경기 광명 11구역 등 HDC현산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일부 현장에서는 시공 계약은 물론, 브랜드 사용 배제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HDC현산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7318억원으로 전년동기(6946억원) 대비 5%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80억원, 47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원인은 원자재가격 상승과 수익성 높은 자체개발사업의 감소 때문"이라며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추정 손실은 추가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