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LG전자가 해외 생산 법인의 재생에너지 100% 전환 시점을 2025년으로 목표한 반면 국내 사업장은 이보다 25년 뒤처진 2050년으로 설정했다. 국가별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과 사업장 현황을 고려해 전환 시점을 달리했다는 입장이다.

3일 LG전자 '2021-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북미, 인도, 유럽 등 해외 생산법인에서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00%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북미 사업장은 100% 전환에 성공한 상태다. 또한 태국, 인도 법인도 태양광 설치 비중을 빠른 속도로 늘리며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태국 라용에 위치한 생활가전 생산공장에 연간 전력량의 20%를 대체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했고, 인도 법인에도 관련 설비를 설치해 자체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

반면 국내 사업장에선 재생에너지 100% 전환 시점을 2050년으로 잡았다. 해외 생산법인과 25년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해외에 비해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전환 방안도 부족한 상태다. LG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태국, 인도 등 해외 법인의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에 대해서만 기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국가별 재생에너지 공급 상황과 관련 정책 등이 다르다"면서 "재생에너지 관련 제도가 활성화된 미국에서 먼저 전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가별 재생에너지 공급 상황에 발맞춰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은 RE100(전력 소비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기업의 자발적 캠페인) 등을 통해 국내에 비해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했으며 지역별로 다양한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여러 지원책에 따라 보통 재생 에너지 전력 요금이 평균적으로 전기요금보다 저렴하다.

반면 국내는 아직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과 제도가 미비해 재생에너지 전력 이용요금이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한국전력을 통해서만 전력 구매가 가능하다보니 요금이 비싸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전환 방법 중 하나인 전력거래계약(PPA)로 재생에너지를 구입하기 위해선 한전에 송배전망 이용료를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며, 요금은 산업용 전기 대비 2배가량 비싸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의 요금도 지난달 말 1MWh(메가와트시) 당 5만5967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배 오르는 등 가격 변동이 높은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싼 요금만 탓해선 안된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기업들의 의지"라면서 "손놓고 정부 정책만 기다려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LG전자는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하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녹색 프리미엄 제도는 기존 요금에 10원 가량의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한국전력에서 분기별로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받는 제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기업들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국내에서도 녹색프리미엄요금제, REC, 제3자PPA 등 적용 가능한 다양한 옵션 검토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