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이노베이션, 몸값 낮춰 IPO 강행…왜?
수요예측 부진에 희망공모가 38% 낮춰…IPO 재도전 어려운 현실 '수용'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0일 15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신생기업)'을 꿈꿨던 신약 개발사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수요예측 부진에도 상장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계획했던 희망공모가 보다 38% 가량 몸값을 낮춰 상장을 모색한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실리'를 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확보하는 공모자금은 줄었지만, 상장사가 될 경우 유상증자 등으로 추가 재원 꾸준히 확보해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바이오 투자심리를 감안할 때, 기업공개(IPO) 철회 이후 당분간 상장을 재모색하기 어려운 현실도 고려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 수요예측 부진, '유니콘' 꿈 접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일 확정 공모가를 1만3000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공모가 희망가격(희망밴드)을 1만6000~2만 1000원으로 제시했지만,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목표로 하는 공모가를 인정받지 못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26.7대 1에 그쳐 기대보다는 투자 수요가 약했던 탓이다. 이에 상장 시가총액도 4621억원에서 2861억원으로 38% 가량 줄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몸값을 줄여서라도 코스닥 상장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IPO에서 부진했지만,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바이오 대어로 꼽힌다. 2017년 설립된 신약개발사로 면역항암제(GI-101), 알레르기 치료(GI-301)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2건의 '조단위' 대형 기술이전(L/O) 계약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면역항암제의 경우 아직 임상 1/2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대형 L/O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덕분에 지아이이노베이션에 설립 이후 지금까지 무려 25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의 IPO 철회를 예상했었다. 한 때 유니콘을 꿈꿨던 기업 입장에서 약 3000억원 수준의 시가총액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때 실제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도 7000억원으로 이번 IPO 몸값 대비 2배 이상 컸다.



◆ 상장 이후 기업가치 재평가, 추가 자금 조달 '모색'


업계 전문가들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실리'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몸값이 38%가량 줄어들면서 이번 IPO로 확보한 공모자금도 크게 줄었지만, 이미 막대한 외부자금을 유치해 놓은 상태에서 당장 임상을 진행하기 위한 필요한 자금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아이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IPO 흥행 보다 상장사 지위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는 평가도 있다. 상장사가 될 경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약 연구개발비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장 유동성 또한 줄어든 탓에 과거처럼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을 비상장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상장 이후 기업가치 재평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IPO에서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진 못했지만, 총 563곳의 기관투자자가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등 시장 '관심도' 만큼은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 회사 측은 이번 IPO 과정에서 향후 5년 내 신규 기술이전 계약을 5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이런 계획이 현실이 될 경우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을 꾀하고,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추가 자금 조달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21년 프리IPO 때 1600억원가량 자금을 조달했고, 현재도 1000억원 안팎의 재원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이번에 공모자금이 줄었다고 해서 신약 임상 계획에 차질이 생기거나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바이오 투심 악화일로, IPO 재도전 불가능 '위기의식' 


일각에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위기 의식'을 느껴 몸값 욕심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 섹터 기업에 대한 투심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IPO 철회 시 당분간 증시 입성에 재도전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도전에 나선다고 해도, IPO 실패 이력 때문에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기술력과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싹트게 돼 더 나은 시가총액을 책정받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바이오 대어로 꼽혔던 보로노이의 경우 지난해 3월 몸값 8667억원을 목표로 IPO를 진행했지만, 수요예측 부진 속에 공모를 철회한 바 있다. 이후 6월 IPO를 재추진했을 때 인정받은 몸값은 5056억원으로 최초 공모 대비 42%가량 줄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섹터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저렴한 몸값으로 상장한다'는 이미지를 투자자들에게 주고, 상장 이후 기업가치 재평가 및 주가 상승을 노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