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김태현 성신양회 회장이 지분 매입을 통한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외부세력의 침투가 확대되며 이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그가 실탄 마련을 위해 실적 악화에도 작년에만 약 3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챙긴 것을 두고 과도한 성과 보수를 받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김태현 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성신양회 주식 19만9110주를 9억4300만원에 취득했다. 이에 김 회장의 지분율은 12.65%에서 13.08%로 높아졌다. 그가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것은 2020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이를 통해 현재 김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성신양회 지분도 34.82%에서 35.25%로 커졌다.
시장에선 김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성신양회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유진그룹 계열 건설·레미콘 회사인 동양이 지속적으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까닭이다. 동양은 2021년 6월부터 성신양회 주식을 매집해 왔다. 이 회사는 성신양회 외에도 삼표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 한일시멘트 등의 주식을 보유 중이지만 지분율은 1%대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성신양회의 경우 105억원을 투입해 주식을 대량 매수했으며 지분율을 6.9%(2022년 말 기준)로 끌어올렸다. 동양 측은 성신양회 지분 매입을 두고 파트너십 강화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 회장 역시 이와 같은 분쟁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30%대의 오너일가 지분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부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이에 그는 처가 기업을 동원해 우호 지분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작년 주주총회에선 이른바 '황금낙하산' 조항을 추가하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장치를 심어두기도 했다. 최근 지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읽혀진다.
결국 시장에선 김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선 추가적인 주식 매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김 회장이 지분 매수를 위한 재원 마련 과정에서 과도한 성과 보수를 받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주식 매입을 위한 자금을 보수와 상여, 배당 등으로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가 지난해 성신양회에서 수령한 보수와 상여는 각각 16억5000만원과 5억5500만원 등 총 22억500만원이다. 직전 해와 비교할 때 급여는 40.7%, 상여는 36.7% 각각 대폭 늘었다. 또한 김 회장은 이달 21일 작년 결산배당금으로 전년과 동일한 6억4000만원 가량을 추가로 수령할 예정이다.
이에 일각에선 성신양회의 최근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김 회장에게 지급된 보수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등기임원인 김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등기임원) 직급에 책정된 수준과 동일한 보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김 회장에게 책정된 급여는 부친인 김영준 명예회장이 2021년 7월 용퇴하기 전까지 받던 급여와 동일하다. 당시 회사는 김 명예회장의 급여 기준으로 '대표이사 회장'과 45년이 넘는 '근속기간'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현재 근속연수는 올해로 21년에 그치고 있다.
실적 악화와 향후 시멘트 업황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우려에도 2021년과 동일한 배당액을 책정한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성신양회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1조304억원의 매출과 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93.9% 급감한 수치다. 배당재원이 되는 당기순이익 역시 적자로 전환하며 마이너스(-) 265억원에 그쳤다. 유연탄 등 원재료값 폭등 등이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다. 더욱이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산업 부진으로 실적 개선이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 다소 무리한 배당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동양은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최근 몇 년간 시멘트회사 인수를 적극 타진해왔다"며 "그 중 가장 경영권이 취약한 성신양회가 타깃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에서 성신양회 측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적극적인 주식 매집에 나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성신양회 측은 김 회장이 승진에 따라 회사에서 정한 임원보수 규정을 따른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실제 회장 급여는 인상되지 않았다"며 "배당정책 역시 2018년부터 주주친화적인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실적 악화에도 동일한 배당액을 책정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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