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등·이익 3등…제주항공 성적표 '설왕설래'
사측 "선투자 영향" vs 업계 "단가산정 문제"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0일 17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제주항공이 받아든 올 1분기 성적표에 대해 LCC(저비용항공사)업계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매출 4223억원, 영업이익 707억원을 기록하는 등 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내긴 했지만 타사 대비 이익의 순도가 낮았던 까닭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제주항공이 여객수요 예측에 애를 먹은 거란 시선을 내비친 가운데 사측은 항공기 등 영업자산에 선투자한 결과라는 상반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 1분기 동안 국내 LCC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율(26.9%)과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은 2위 그룹인 티웨이항공(3588억원), 진에어(3525억원)와 6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등 큰 폭의 외형성장을 이뤄냈다. 아울러 작년 1분기 779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올 들어선 70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하며 수익성 또한 제고했다. 작년 10월 일본여행 재개를 기점으로 항공사가 리오프닝 효과를 톡톡히 본 덕분이었다.


다만 제주항공의 수익성이 경쟁사와 비교해 다소 낮다는 점은 옥에 티로 꼽히기도 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이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제주항공은 국내 LCC 상장사 가운데 유일하게 10%대(16.7%)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자체도 진에어(849억원), 티웨이항공(827억원)에 이은 3위에 그쳤다. 일본 불매·팬데믹 이슈가 없었던 2018년 당시 업계서 유일하게 1000억원대 영업이익(1012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성적이다.


LCC업계는 제주항공의 매출과 수익성이 엇박자를 낸 배경에 수요예측 실패를 꼽고 있다. 항공사들은 미리 판매한 항공권을 일단 선수금으로 잡은 뒤 실제 비행으로 이어질 때 이를 매출로 인식한다. 그만큼 기말 반영된 선수금이 다음 분기의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는 데 제주항공이 이 과정에서 수요 폭증을 간과, 비교적 저렴하게 비행기 티켓을 팔았다는 것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리오프닝 효과에 따른 어닝 서프라이즈는 올 1분기 해외노선을 보유한 LCC들이 동등하게 누린 수혜"라며 "특정 기업이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익성을 기록했다면 항공권을 제 값에 팔지 못했단 방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 영업담당자들은 올 1분기 중 제주항공의 영업부문 수장인 고경표 커머셜본부장이 사임한 이유 또한 판매실적 부진에 의한 문책성 인사로 여기고 있다"고 부연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러한 시장의 추측이 사실과 다르단 입장이다. 타사보다 먼저 투자활동에 나선 결과 일시적으로 비용구조가 악화됐단 것. 실제 제주항공은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작년 8월 항공기 도입을 목적으로 한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일찌감치 리오프닝을 대비했다. 올 1분기 LCC 가운데 가장 높은 여객점유율을 기록한 것 역시 이 같은 기단투자에 기인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해만 봐도 신기종 항공기의 스페어엔진에 수백억원(217억원)을 투자하는 등 경쟁사보다 큰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며 이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으로 이익률이 낮아 보이는 것"이라며 "미리 기단 투자를 벌여놓은 만큼 가장 큰 매출을 기록했을 뿐더러 타사의 경우 갈수록 확대되는 항공기 리스료를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후엔 수익성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700억원대 영업이익은 당초 증권사들의 예상치(약 500억원)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1분기 실적 자체도 좋은 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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