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어난 삼천리, 부채비율 200% 돌파
계열사 47개로 늘어, 설비투자·배당부담·도시가스 가격인상 겹쳐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15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한때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였던 에너지기업 삼천리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정도로 악화하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천리의 부채비율은 2010년까지만 해도 100% 미만일 정도로 안정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매년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도시가스 가격 인상을 부채 증가 이유로 꼽았다.


삼천리 재무상태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천리의 부채비율은 226%다. 2010년 전후로는 부채총계 1조원 미만에 부채비율 100% 내외로 우수한 재무상태를 보였으나, 2014년 부채총계는 2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말 부채총계는 회사 설립 이후 최초로 3조원을 넘었다.


삼천리 측은 부채 증가 배경으로 도시가스 가격 인상으로 인한 매입채무 증가를 꼽았다. 업계에서는 이와 더불어 설비투자 및 배당부담과 계열 내 자금 지원 등을 거론했다.


우선 삼천리 매입채무는 2020년 말 3939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2818억원으로 2년 새 225% 증가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매입해 아직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가스를 외상으로 매입하고 추후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은 일반적인 형태이나, 도시가스 가격 상승으로 매입채무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3배 가까이 올랐다. 업무난방용 기준 요금은 2020년 12월 1메가줄(MJ) 11.9원에서 지난해 12월 1일 34.68원으로 증가했다. 주택용 도시가스 도매요금도 2020년 12월 1일 1MJ 당 12.92원에서 2022년 12월 1일 18.38원으로 올랐다. 


설비투자와 배당부담이 높아진 것도 한몫을 했다. 삼천리는 화성시와 평택시 등 경기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배관망 투자를 확대하면서 설비투자 자금을 소요했다. 실적과 무관하게 매년 100억원 내외의 배당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이후 급증한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삼천리는 47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2010년 초부터 계열사를 늘리며 매출 다변화를 시도했다. 2012년 한국남동발전, 포스코건설 등과 합작해 태양광기업 에스파워를 설립한 이후 매년 1개씩 계열사를 늘리더니, 2019년 3개, 2020년 7개, 2021년 15개를 늘렸다.


지난해에는 '비티에스 제2호 사모투자합자회사(사모펀드, PEF)'를 비롯해 신안이쏠라, 삼천리인베스트먼트 등의 회사를 설립하고 윈드쏠라에너지의 지배력을 획득하며 계열사 수를 늘렸다. 울산풍력발전 등 1개 자회사는 청산했다.


늘어난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회사의 현금은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다. 2018년 인천연료전지에 47억원을 출자했으며, 미국 호텔 관계사에는 유상증자 명목으로 2019년 46억원, 2020년 441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에는 투자 및 컨설팅업을 영위하는 사내 벤처기업인 에스퓨처스에 출자하기 위해 100억원을 지출했다. 작년 말 기준 계열사에 제공한 지급보증은 5860억원(원화 5404억원+외화 456억원)에 달한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도시가스 가격 인상으로 운전자본이 증가한 것은 삼천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통상 가이던스로 잡고 있는 부채비율 200% 수준을 넘은 것은 지켜봐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기본적으로 좋은 시그널은 아니지만 신용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여럿 겹쳤기 때문에 올해부터 정상화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 실장은 "삼천리는 지역 독점적 산업을 영위하고 있고, 안정적 수익구조와 총차입금 대비 현금성 자산이 많은 실질적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계열사 자금지원 및 비경상적 투자 등으로 재무부담 및 실적 변동의 가능성은 지속적인 모니터링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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