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X인지 된장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면
학습효과 없는 인수합병 아닐지 되새김질 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08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폭탄먼지벌레라는 곤충이 있다. 크기만 2cm도 안되는 이 녀석은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특한 방어기제를 갖고 있다. 온도만 100도가 넘는 독가스를 내뿜으며 공격하다보니 포식자들의 접근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 곤충은 맛도 없어서 두꺼비 등 대부분의 포식자들이 잡아먹으려다 끔찍한 고통을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포식자들은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두 번 다시 이 곤충을 잡아먹으려 하지 않는다. 인간이 아닌 동물들도 본능을 이겨내고, 아닌 것은 아니라는 학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간이었다면 어떨까. 이들보다 상위 고등동물(?)로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게 분명하다. 아마도 인간이 생존을 위해 이 곤충을 먹어야한다는 전제만 있다면, 영양가 측면에서 우수하다면 어떻게든 갖은 요리방법으로 해치우려 할 것이 자명하다. 괜히 인간이 못 먹는 게 없다는 빈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덤으로 인간의 끝 모를 용기와 생존욕구도 한몫할 터다.


여기 두꺼비의 탈을 쓰고 폭탄먼지벌레를 잡아먹으려는 인간, 아니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제약사로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수 년 전 건강기능식품 업체를 인수했다. 오너 3세까지 앞세워 추진한 인수합병(M&A)였으나 캐시카우로 발돋움하기는커녕 시장안착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실제 해당 건기식 업체는 인수된 이후 사업부진으로 줄어든 매출에 적자로 돌아서기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약국간 연계된 시너지 등의 사업계획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조차도 신통찮다.


이런 가운데 이 제약사는 특이하게 화장품 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서다. 일찍이 실패 아닌 실패를 겪고 있지만 재차 과감한 도전에 나선 셈이다. 다만 한편으론 기존 인수한 업체의 정상화마저 요원한 가운데 또 한번의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물론 먹어보려는 기업이 폭탄먼지벌레일지 아닐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영양가가 있을지도 두고 볼 일이다. 다만 가뜩이나 제약사들의 화장품사업 진출이 우후죽순 이어지면서 치열해진 업황속 차별화된 경쟁력을 일궈낼지 미지수다. 굳이 X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힘든 세상속 생존차원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행보라고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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