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PE 진화론
고금리 기조로 인수금융 조달 주저...적응 통해 생존방안 모색해야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1일 08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픽사베이)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모든 생물은 진화를 거듭해왔다. 시조새는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를 한 경우이며 고래는 네발 동물이 물속으로 들어가 살게 되면서 진화한 사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인류가 시작돼 현재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도 진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론이다.


기나긴 역사에서 생물의 진화가 거듭돼 온 이유는 단 하나다. 당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변화하기 위함이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멸종됐고, 살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 및 발전시킨 이들은 더 나은 존재가 돼 살아남았다.


생명체의 진화처럼 대단한 예시를 찾지 않더라도 적응·발전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회사원이 직장을 바꾸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과정도 이와 같다.


최근 사모펀드(PEF) 업계도 '고금리'라는 낯선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대부분의 운용사(GP)가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하우스들이 금융사로부터 조달하는 인수금융의 금리는 7~8%다. 2~3년 전과 비교하면 두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급격한 변화에 대부분의 GP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진행하던 딜을 포기하거나 인수금융을 줄이느라 지연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최근에는 출자자(LP)들까지 지갑을 닫으면서 자금조달 난이도가 더욱 올랐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혹한기가 찾아온 이유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금리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즉 당분간은 올해와 비슷한 조건으로 딜을 진행해야 한다는 소리다. 내년까지도 사모펀드(PE) 업계가 보릿고개를 걸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저 시장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PEF 운용사는 자금조달→투자→회수의 사이클을 통해 수익을 낸다.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딜을 하지 않는다면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종국에는 LP들에게도 외면 받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고금리에도 자금을 조달해 어떻게든 딜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PEF의 숙명이다. 금리가 높다면 과거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딜을 강구해야 한다. 그간 M&A에 우호적이었던 환경이 이제야 중립으로 돌아섰다고 여겨야 한다. 현 상황에 적응하고 해결책을 찾아내 변화하는 곳만이 남들보다 한 발 앞서나갈 수 있다.


현재는 모두가 한파가 지나가길 기도하면서 한껏 웅크리고 있다. 하지만 2~3년 뒤 PEF 하우스의 흥망성쇠(興亡盛衰)는 현재 고금리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했는지에 따라 크게 갈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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