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등급강등 후폭풍…회사채 발행 '냉랭'
발행 신고금액 25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줄여…기관 투심 '찬바람'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5일 17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롯데케미칼이 신용등급 강등에도 공모채 발행에 나섰지만,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에 결국 발행액을 큰 폭 낮추기로 했다. 투자수요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주관사들이 미매각을 피하기 위해서는 감액이 불가피하다고 요구하면서다. 


◆ '빅 이슈어'의 굴욕…롯데케미칼, 발행액 '2500억원→1500억원' 조정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오는 29일 총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렌치는 2년물 1000억원, 3년물 500억원으로 구성됐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각각 ±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롯데케미칼의 이번 회사채는 최근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첫 발행이다. 그간 AA+의 높은 신용등급을 자랑하던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인한 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투자 부담 확대로 인해 지난 6월 말 AA0로 신용등급이 낮아진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만기가 돌아온 2000억원 규모 회사채(제56-1회)는 차환하지 않고 현금으로 상환했지만, 내달 또다시 2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오자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공모채 시장 복귀에도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냉랭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2500억원 규모 조달을 계획했지만, 주관사들이 물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발행 규모를 1500억원으로 조정했다. 신고금액이 조정되면서 수요예측 결과에 따른 최대 증액 한도도 5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낮췄다.


주관을 맡은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등급 강등에도 회사채 발행을 강행하면서 오히려 타이트한 자금 상황을 알리는 시그널로 작용한 것 같다"며 "주관사로 증권사들이 5곳이나 붙었지만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상 주관사들의 계열 물량 외에는 시장의 수요가 없어 불가피하게 물량을 감액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도 배제 못해…또다시 하향 조정 트리거 '터치'


롯데케미칼에 대한 시장의 투심이 싸늘한 데에는 추가 등급하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2분기 소폭 흑자 전환을 예상했지만, 롯데케미칼은 연결기준 770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오히려 전분기(-262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현금창출력 악화는 재차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이미 신용등급이 AA+에서 AA0로 한 차례 하락한 상황이지만, 또다시 하향 조정 트리거를 터치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하향검토요인으로 ▲매출액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지표 5% 미만 ▲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 4배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EBITDA 4.6%, EBITDA 대비 순차입금 5.1배를 나타냈다.


채권 유통시장에서 형성된 롯데케미칼의 개별민평금리에는 신용등급 이미 추가 하락 가능성이 반영돼 있다. 롯데케미칼의 3년 만기 개별민평 평균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4.742%였는데, 이는 롯데케미칼이 속한 AA0의 등급민평금리(4.470%)는 물론 1노치(notch) 낮은 AA-의 등급민평금리(4.533%) 보다도 20bp 이상 높은 수준이다. 채권 유통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가치를 AA-등급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 대형 증권사 본부장은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투심이 위축돼 있는 상태"라면서 "롯데케미칼의 펀더멘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다소 급하게 공모시장에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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