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이버, 생성형 AI '글로벌 톱티어' 포기?
국내만 겨냥…외면하기엔 아쉬운 글로벌 시장 규모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14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4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콘퍼런스 '단(DAN) 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네이버)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최수연 대표이사가 이끄는 네이버는 글로벌 톱티어(Top-tier)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경영의 모든 초점을 맞추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022년 3월 취임했을 당시 네이버가 내놓은 일성이다. '내수용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겠다는 다짐이 담긴 말이다. 그 뒤 네이버는 북미 중고 패션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와의 업무협약 체결,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등 글로벌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생성형 AI(인공지능) 시장에서만큼은 다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대규모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으로 한 각종 AI 서비스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주요 목표 시장을 한국으로 잡았다. 


네이버가 한국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차지한 우위를 생각하면 최 대표가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네이버 앱의 MAU(월간활성이용자 수)는 7월 기준 3907만명에 이른다. 한국 검색 시장에서도 네이버는 구글이나 MS(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IT기업을 제치고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 대표도 하이퍼클로바X를 발표한 '단(DAN) 23'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는 사용자가 인터넷에서 하는 모든 행위가 일어나는 플랫폼"이라며 "매일 갱신되는 최신 데이터가 학습된 대규모 언어모델이라는 점이 하이퍼클로바X의 특장점"이라고 자신했다.  


더불어 네이버는 AI 연구에 이미 최근 3년 동안 1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대신 한국 시장에만 집중하는 생성형 AI를 만든다면 향후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 역시 이 자리에서 "한국 시장에 특화된 AI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비슷한 기술력을 지닌 글로벌 기업이 말 그대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많은 비용을 쓴다면 네이버는 특화 전략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결국 네이버는 생성형 AI 시장에서만큼은 이전에 자신했던 '글로벌 톱티어'와는 다른 길로 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안전한 시장 확보와 비용 효율화를 위해 내수용 기업이라는 멍에를 스스로 다시금 짊어지려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네이버가 막대한 자본을 지닌 글로벌 IT기업과 생성형 AI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IT기업에 맞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다. 성 기술총괄도 8.15 광복을 빗대면서 "한국에 특화된 생성형 AI를 먼저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의 성장세를 외면하고 한국만 쳐다보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케팅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으로만 37억360만달러(약 4조9606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톱티어를 노리는 네이버가 외면하기엔 아까운 시장 규모다.


물론 네이버 역시 향후 상황에 따라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다. 최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그 나라에 특화된 데이터를 획득해 학습했을 때 B2B(기업간거래) 모델이나 특장점이 있는 플랫폼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려는 전략을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대표가 했던 말이 단순한 예상이 아닌 실제 행보로 이어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네이버가 한국 시장에 특화된 생성형 AI에 집중하고 있는 현재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결과적으로는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 때 스스로가 추구하는 글로벌 톱티어 자리에 올라설 수 있길 기대해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83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