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지분매입 경쟁
'10년 만기·무이자'…장형진 회장의 통큰 지원
①에이치씨, 오너 차입금 활용…고려아연 주식 쇼핑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7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알짜 회사인 고려아연을 두고 장씨와 최씨 두 가문의 지분 매집 경쟁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다. 최근 최윤범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하면서 그 경쟁은 더 격화됐다. 최씨 일가가 타 회사와 지분을 섞는 방식으로 우호 지분을 늘려왔다면, 장씨 일가는 개인 소유 회사를 활용해 고려아연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이치씨는 장형진 영풍 회장이 100% 소유한 회사다. 경영컨설팅 회사로 등기돼 있지만 사실상 영풍, 고려아연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사고 파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지분 싸움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회사로 에이치씨가 사들인 지분은 장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에이치씨가 주식 매입 실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장 회장은 우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장 회장이 에이치씨에 차입을 해준 것이 대표적이다. 차입 기간이 무려 10년인데다, 무이자로 통 크게 지원했다.


◆유증보다 더 간편…2년간 600억 차입


에이치씨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빼놓지 않고 고려아연 주식을 소량씩 사모았다. 5개월간 총 12만8890주를 취득해 고려아연 지분을 0.65% 추가 확보했다. 


주식을 매입하는데 소요된 자금은 648억원이며, 이 가운데 400억원은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차입금의 출처는 장 회장이 작년 10월에 빌려준 것이다. 에이치씨는 고려아연 주주명부에 오른 작년 12월부터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면서도 차입금을 활용한 적은 없었다.  


장 회장의 차입 조건은 파격적이다. 장 회장은 운영자금 명목으로 400억원을 빌려주면서 오는 2032년 10월 만기일에 원금을 모두 상환해도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자도 받지 않는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주주는 특수관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자를 받을지 말지는 법인과 약정을 통해 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에이치씨는 유일한 주주인 장 회장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유치했다. 장 회장을 통해 무이자로 차입하면 주식 수를 늘려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장 회장은 올해 7월 200억원을 더 빌려줬다. 10년 만기 장기차입금에, 무이자로 앞서 빌려준 것과 같은 조건이다. 


에이치씨가 작년에 빌린 400억원을 최근 사용한 것을 볼 때 추가 차입한 200억원은 여윳돈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규모 주식 매입이 필요할 때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 첫 중간배당…주식 매입 재원 쏠쏠


에이치씨는 영업활동이 전무하지만, 투자 주식을 굴리는 것만으로도 금융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작년 손익을 보면 기타수익으로 13억원이 잡혔다. 배당 수익이나, 주식 평가액 등으로 예상된다.   


에이치씨는 고려아연 외에도 영풍 지분 1.6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장 회장과 시간외매매로 영풍 지분 1.63%를 주고 받았다. 장 회장이 출자해준 자금을 활용해 영풍 주식을 매입했다.


영풍은 지난 2021년, 2022년 결산 배당금으로 주당 1만원씩 주주 환원했다. 2년간 에이치씨가 수취한 배당금은 총 6억원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도 지난 3년간 배당 성향이 50% 내외 수준으로 고배당 주식으로 통한다. 지난 2021년, 2022년 주당 2만원의 결산 배당을 실시했으며, 올해는 처음으로 주당 1만원의 중간배당도 했다. 에이치씨는 약 11억원을 중간배당금으로 챙겼다.


배당금은 고려아연 지분 매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이치씨는 이달 1일에도 고려아연 주식을 2000만원어치 매입했는데, 배당금 등 금융 소득을 활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고려아연 지분매입 경쟁 1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