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사태
"투자자 책임도"…은행권, '책임론'에 볼멘소리
파생상품 판매 금지 방안 거론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16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대 은행 CI. (제공=각 사)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당국이 은행권을 타깃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ELS 책임론 화살이 시중은행으로 향하자, 은행권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고위험상품 손실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배상 조치를 하는 것은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 이익엔 '침묵', 손실 났을 때만…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따라야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약 16조원 규모 중 8조3000억원 어치가 내년 상반기 만기를 맞는다. 지수가 지금보다 20~30% 오르지 않는다면 원금 손실이 나게 된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의 변동성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고위험 투자상품이다. 주가가 일정 범위까지 하락한다면 수익이 보장되지만, 해당 범위를 이탈하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ELS 손실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행원부터 임원까지 은행 직원들 사이엔 판매사 책임만을 묻고 투자자 책임원칙을 따르지 않는 데 대한 볼멘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에 재직 중인 직원 A씨는 "이익이 났을 때는 투자자가 이익을 가져가면서 손실이 나면 판매사가 보상을 해야 한다는 건 모순적"이라며 "이럴 거면 투자상품은 온전히 증권사에서만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설명 의무의 범위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소비자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자체가 모호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소비자가 온전히 이해했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이며 얼마나 설명해야 하는 것이냐"고 "이럴 거면 손실이 나는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은행권 일각에선 별도의 시험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은행들은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작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판매절차가 강화했기 때문에 절차에 맞게 판매를 해왔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법이 강화해 설명 의무를 철저히 지켜 판매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울며 겨자먹기로 불완전판매 유무를 떠나 원금의 20~40%를 일부 보전해 주는 방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비판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 전문가들 "투자상품 취급 제한이 해결책"


불완전판매 논란이 계속되면서 은행권에선 파생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얘기도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은행의 투자상품 취급을 제한하는 것이 불완전판매를 해결하는 방안이란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입한 상품에 대해 투자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은행 취급 상품을 '원금보전형 저축'으로 제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금융상품 취급 및 판매에 있어 투자 개념에 초점을 둔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 등과 저축 개념에 따라 원금보전에 초점을 두는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권 금융기관을 분리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판매자가 소비자가 상품 설명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우려에선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며 "원금비보장 상품은 제2금융권에서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절차가 완벽히 이뤄졌다면 온전히 은행 책임만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선 고위험상품 판매 금지가 소비자 편의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의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품 가입이 불편해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신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등 책임소재가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홍콩 H지수 ELS 피해자모임'은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국민 은행발 사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H지수 피해자모임은 "은행이 투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가입을 권유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2일에도 금융당국의 현장 조사와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ELS 배상 비율 기준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일부 은행들이 발표한 ELS 관련 예방 조치는 면피 조치"라며 "금융사는 소비자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가입 목적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적합성 원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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