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그룹 경영발전안, 미봉책에 그쳐”
법률대리인 한누리 입장발표 “지배구조개선안 진정성에 의구심”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한진그룹이 발표한 개선안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한진그룹이 개선안을 발표한지 5일만이다.


KCGI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한누리는 18일 공식입장자료를 내고 “한진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경영발전안‘은 기존 경영진의 연임과 대주주 이익보호를 위한 위기모면을 위해 급조된 임기웅변”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한진그룹이 지난 13일 발표한 방안에는 KCGI가 제안한 사항 중 일부 내용만 수용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송현동과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개발 또는 매각 검토, 택배 터미널 설비 확대와 자동화 설비 투자와 IT기술 접목 등은 한진그룹이 KCGI안 일부를 그대로 또는 변형해 수용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심의하고자 했던 내용이나, 범법을 저지르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 등은 빠지거나 완화됐다.


KCGI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먼저 과시적 투자와 외형 확장보다 안정과 내실에 집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KCGI는 지난달 21일 한진그룹에 ‘한진그룹의 신뢰회복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제안하면서 부채비율 300% 유지와 신용등급 A등급 회복을 요구했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 발생 또는 가파른 유가 상승, 급격한 환율 변동 등의 대내외적인 변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한진그룹 전체의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KCGI는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과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에는 적자사업 부문인 호텔·레저 사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에만 집중하고, 부채비율 축소와 신용등급 회복 방안 등의 내실 경영 전략은 제외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글로벌 주요 항공사 평균 부채비율(200~300%) 대비 현저히 높은 부채비율(747%, 2018년말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 7450억원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통해 LA 윌셔그랜드(Wilshire Grand) 호텔 투자를 해 부채비율 1000%를 넘기게 됐던 과거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과다한 부채비율을 지닌 상황에서 무리한 비주력 사업확장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한진그룹의 부채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 상황으로 몰아갈 염려가 있다”며 “외부투자유치 등을 통해 과거 수년간 방치되었던 호텔·레저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다시 이뤄질 경우 그룹 전체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CGI는 “LA Wilshire Grand 호텔(장부가 1조6000억원) 등은 대표적으로 방치된 적자사업으로, 비효율성이 지속돼 막대한 손실을 계속해서 발생시키고 있다”며 호텔·레저 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투자 적합성과 해당 임직원의 이해관계를 위한 방안을 고려할 것을 다시 제안했다.


직원들의 만족 증대와 안전에 대한 대책 수립도 다시 제안했다.


KCGI는 “고객 만족을 위한 직원들의 근무여건 개선, 복지 등에 대한 언급과 일자리 창출, 안전에 대한 방안은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공기 여객 기재는 2010년 105기에서 2017년 133기로 약 27% 증가한 반면, 객실 승무원은 2010년 6177명에서 2017년 6379명으로 약 3% 증가에 그쳤다”며 “객실 승무원 한 명이 담당해야 할 기재와 여객이 증가하면서 직원들의 업무부담이 늘고 피로도가 쌓이면서 부득이하게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객실승무원 급여가 포함돼 있는 인건비는 연간 35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약 3%에 해당한다”며 “브랜드 가치와 직원들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체 손익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10% 정도의 인원 충원(약 300억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선안과 경영투명성 강화안은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KCGI는 “감사위원회는 한진칼이 지난해 말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을 통해 인위적으로 자산총액을 2조원 이상으로 늘려 설치하게 된 것”이라며 “당사가 제안한 감사의 선임을 저지하고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위원회가 비지배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독립성을 가지고 활동하지 않는 한 한진그룹의 경영 투명성이 실질적으로 증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진그룹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위원회 구성원의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겠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KCGI는 “사외이사후보가 구성원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외이사후보위원회의 설치는 상법상(상법 제542조의 8)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에게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라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도입은 법령상 의무사항을 충족시킨 것일 뿐 한진그룹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쇄신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진그룹이 사외이사의 수를 기존 3인에서 4인으로 확대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사외이사의 수가 많다고 담보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KCGI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사외이사가 적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기존 사외이사들이 회사 또는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독립성이 결여한 자들로 선임돼 경영진의 독단과 무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배주주와 회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외이사가 선임된다면 사외이사의 수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문제점이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사는 주주로서 독립적인 사외이사의 선임을 위해 조재호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한진칼의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지만, 한진그룹의 이번 발표안에는 이에 대한 입장이나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KCGI는 한진그룹에 경영투명성 강화와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신뢰회복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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