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긴장감 팽팽했던 HDC현산 주주총회
지난해 붕괴사고 여파, 주요 의결사항 반대 의견 20% 넘어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9일 18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장 입구. /사진=김호연 기자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의 정기주주총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그동안 거수기를 연상케할 정도로 찬성 일색인 건설사들의 주총과 달리 연이은 반대의견에 부딪히면서 이례적으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회의장 앞에 대거 포진한 경비인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광주 건설현장에서만 두 차례 발생한 붕괴사고의 여파로 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 듯 했다. HDC현산은 건설업 등록 말소까지 거론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회관 밖에선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총을 앞두고 HDC현산의 쇄신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주주총회는 원칙적으로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만 입장 가능했기에 전경련회관 3층에 별도로 마련한 프레스룸에서 영상으로나마 주주총회를 참관할 수 있었다. 이날 주주총회에선 ▲제4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의 승인 등 4가지 안건을 다뤘다. 현장에는 HDC현산 주주와 의결권을 위임 받은 대리인 등 125명, 권순호 대표이사 등 HDC현산 임직원이 참석했다.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와 경제적 여러움이 깊어지는 상황에도 기대 이상의 수주실적 달성했다"며 "광주에서 발생한 2건의 붕괴사고는 정말 가슴 아픈 일이며 이를 계기로 국내 건설업계 최고의 안전품질평가 체계를 구축한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호연 기자

◆시민단체 거센 지적…"사고 이후 대응 미흡해"

 

권 대표의 다짐에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학동 참사에 대한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책과 질의가 이어졌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 받아 참석한 대리인들은 "지난해 2차례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주주들의 실망감을 꼭 알아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경영진에도 사의권고 등 책임을 물었어야 했는데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며 "이사회가 견제의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단기적인 이익에 매몰돼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HDC현산은 현재 국토부와 검찰 등 관계기관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이사회를 통한 처벌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권 대표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사고 원인 및 책임 규명을 위해 관계자 5명이 입건되고 3명이 구속됐다"며 "미리 징계를 내릴 수 없음에도 수사 중인 사항을 이사회에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확대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고영호 HDC현산 미래혁신본부장은 "사고 이후 독립성 강화를 위해 CSO를 외부에서 사내이사로 영입하고 안전보건경영 수행에 박차를 가했다"며 "사외이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인정하지만 상근직으로 근무하는 사내이사가 현재 사고 수습 및 CSO 임무 수행에 더 적합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재승 HDC현대산업개발 노조위원장이 29일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호연 기자

임직원 처우 개선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재승 HDC현산 노조위원장은 "임직원의 급여가 10대 건설사 중 최저 수준이고 인력도 900여명 정도 부족하다"며 "5~6년에 걸쳐 이러한 사안을 거듭 지적해왔지만 반영된 것이 없다. 정몽규 회장이 지주사를 통해 배당금 150억원, 퇴직금도 68억원이나 챙기면서 조직을 망가뜨리고 인명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GS건설이나 대우건설은 성과 보상체계가 확실한데 HDC현산은 임직원들에 대한 보상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왔다"며 "정 회장의 배당금을 반납케 해 격려금 및 위로금으로 임직원에게 배분하고 명확한 경영성과체계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HDC현산 측은 "현재 급여를 삭감해서라도 회사의 이익을 지켜달라는 주주의 요구가 있지만 임직원 처우 문제는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내부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조속한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의결사항 반대 20~30% 이례적…"유의미한 성과"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 관계자들이 29일 주주총회에서 진행한 투표에 대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호연 기자

이날 HDC현산 주주총회에서 눈여겨볼 점은 주요 의결사항에 대한 반대 주식수의 비율이 상당한 규모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주주총회에 회부한 의결사항 중 표결을 진행한 안건은 ▲유병규 사내이사 선임의 건 ▲권인소 사외이사 선임의 건 ▲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의 건 등 3건이다.


유병규 신임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전체 4302만주 중 3897만주(90.6%)의 압도적인 찬성을 얻으며 통과됐다. 반대 주식수는 403만주로 9.4%에 머물렀다.


나머지 안건도 통과가 되긴 했지만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국민연금도 반대표를 던졌던 권인소 사외이사 선임의 건은 74.3%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의결되긴 했지만 반대의견도 25.7%에 달했다. 

반대로 네덜란드 연기금자산운용(APG)이 경제개혁연대를 통해 주주제안한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의 건도 반대의견이 다수이긴 했지만 찬성률이 30.6%로 만만치 않은 수치를 보여줬다. 상당수 대형건설사들이 개최하는 주총에서 투표도 없이 20분도 되지 않아 종료된 것과는 차이가 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간 건설업계는 유독 '맹탕 주총'이라는 지적이 이어져왔다"며 "HDC현산의 주총이 결국 대주주의 뜻대로 흘러갔지만 소액주주의 이례적인 의견 표출은 건설업계 전반에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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