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의 窓]
'횡령 경보'
투기용 횡령에서 이젠 '빚투' 손실 메우기 횡령 가능성↑···방법은 의심과 감시뿐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6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규창 기자] 인간의 거짓말은 공동 사냥을 하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효율적인 사냥을 위해 집단의 행동을 통제해야 하는 지도자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지도자는 보다 강하게 통제하고자 '계시를 받았다', '이쪽에 사냥감이 더 많다' 등과 같은 거짓말을 한다. 처음에는 사냥을 통해 획득한 고기를 똑같이 나누다가 지도자와 그 주변 권력층이 더 많이 차지하거나 때로는 동료의 눈을 피해 빼돌리기도 한다. 음식부터 시작된 횡령도 인간의 거짓말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 셈이다.


오늘날 횡령은 돈을 다루는 금융권에서 주로 발생한다. 우리은행(횡령액 614억원), KB저축은행(94억원), 모아저축은행(59억원), 새마을금고(40억원), 신한은행(2억원) 등이 최근 1년도 안된 사이 횡령 사건에 휘말린 금융회사다. 여기에 지역 농협의 경우 횡령이 거의 일상 다반사가 된 느낌이다.


최근에는 기업 자금 담당자의 범죄도 눈에 띈다. 2022년을 맞이하기 직전인 지난해 연말 오스템임플란트 자금담당 직원이 무려 2215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두 기함했다. 계양전기, 아모레퍼시픽 등에서도 횡령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고 심지어 강동구청 공무원이 공금 115억원으로 주식과 코인에 투자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범죄자는 횡령한 자금을 유흥비로 탕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주식, 코인, 선물옵션 등에 투자해 이익을 얻으면 다시 횡령한 자금을 원상태로 돌려놓으려는 '완전 범죄'를 꿈꿨다.


앞으로 횡령 사건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무리하게 빚까지 내서 주식, 코인 등에 투자한 사람들이 많은데, 빚 독촉에 시달리다보면 유혹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금융권뿐만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횡령 사건이 늘어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렇다면 횡령을 막을 수는 없을까.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라는 대책이 뒤따른다. 임직원 사전 교육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다. 언론도 허술한 내부통제라며 비판을 가한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아무리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도 해당 시스템을 이용한 범죄까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열 사람이 지켜도 '작정한' 한 도둑을 막기 어렵다.


서글프지만 의심과 감시 밖에 방법이 없다.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하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이다. 확인을 받아야 하는 임직원은 기분이 좋을 리 없지만, 금융회사와 기업 입장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횡령 사실이 적발돼 언론에 공개되고 처벌을 받는 광경을 보고도 일을 저지를까 싶지만 인간 사회에서 사건·사고는 늘 반복된다. 인지부조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미국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1919~1989)는 '인간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다 더 큰 실수를 저지르는 어리석은 존재'라고 분석했다.


연일 파랗게 질린 주가와 코인 시세표를 보면 욕망과 신념을 갖고 투자한 사람들이 현실과의 부조화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매우 불편한 부조화 상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거짓말을 하거나 횡령을 저지르지 말고 차라리 현실을 잠시나마 외면하는 소극적 회피 전략을 권한다.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손절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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