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커지는 내부갈등
"투명성·공정성 강화해야"…제2의 신경영 필요
④MZ세대 맞는 투명한 기준 만들어 설득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06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경영학회와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이 선대회장 3주기(10월25일)를 맞아 18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한보라 기자)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성과급과 연봉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해 나가면 노조와의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삼성그룹 내 불만이 커지면서 노동조합의 세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MZ(밀레니얼+Z세대)세대들이 노조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아 삼성에서도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제2의 신경영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삼성에서 최근 상위 단체에 가입되지 않은 노조들이 손을 잡고 초기업 노조가 탄생한 것은 MZ세대들의 합리적인 정서와 삼성의 기업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합쳐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도 이런 정치색은 배제하고 내부 결속력은 강화해 교섭력이나 단체 협상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4개 계열사가 힘을 합친 초기업 노조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역 인근 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진행했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노조·삼성화재 리본노조·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통합된 노조다.


이처럼 계열사별로 다른 4개 노조가 합쳐서 상위단체를 만들고 각 노조위원장이 각 계열사의 지부장이 되는 형태는 사실상 기업에서 흔히 보기 힘든 형태다. 아울러 4개 계열사 노조 모두 상위단체가 없고 젊은 노조원들이 많은 기업노조인 것도 특이점이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에 가입을 한다. 하지만 삼성은 기업 분위기와 최근 MZ세대의 특성이 결합되면서 이같은 형태의 노조가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MZ세대들은 합리성을 추구하는 데 노조의 본질은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데 있는 만큼 본질과 상관없이 정치색을 추구하거나 노조가 사회적인 이슈에 이용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공론화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맞다고 믿는다"며 "그렇기에 결사체를 만들어 노조라는 제도화로 연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 여러 기업이 '매머드급' 조직이라 개별적으로 굴러가기보다는 하나의 큰 우산 아래 다같이 움직이고 문화를 공유하는 그룹"이라면서 "각 계열사별 노조를 만들지만 어떤 상급단체와 연결을 갖지 않으면서 단체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절충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그룹 입장에서는 기존 상위 단체에 가입된 노조보다는 개별 기업 노조가 더 대응하기가 편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삼성 그룹 자체가 민노총 등 정치색이 강하고 투쟁적인 노조보다는 과거 무노조 경영 시절 임금단체협약 협상 파트너인 노사협의회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단체가 노조의 모습으로 탈바꿈 된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송승준 인사이트 대표(노무사)는 "노사협의회 기능에서 노조로 바뀌면서 파업권을 추가한 것 뿐이지 기능은 똑같이 유지되는 형태"라며 "삼성 입장에서도 민주노총만 가입하지 않으면 노조가 있더라도 불만은 있겠지만 어느정도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 상급 단체가 있는 노조와 없는 노조간의 노노 갈등이 일부 있지만 앞으로 더욱 커질지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는 시각이다. 더불어 노노 갈등의 경우 결국 노조원이 많이 가입된 노조에게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철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지원팀장은 "기존에 다른 국내 제조사들도 노조가 5개씩 있고 공공기관은 더 많은데 노노 갈등이 새롭게 드러난 측면으로 보긴 어렵고 추이를 더 봐야할 것 같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늘어나는 데 상급단체 유무는 상관이 없고 각 노조별 이해관계나 회사 분위기에 따라 생기거나 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최근 노조 가입이 늘어나고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늘리고 소통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불만이 커진 이유도 성과급이 핵심 쟁점이 된 만큼 산정에 대한 근거와 기준을 제시해주고 이에 대한 설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래 세대에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2 신경영' 필요하다고 주장한 구 교수는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또 하나의 신경영이 될 수 있다는 전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이 투명성을 강화한 만큼 이 선대 회장의 정신을 이어받고 기업의 분위기를 다시금 살리는 게 삼성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이야기다. 


구 교수는 "이건희 선대 회장도 30년 전 이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된다는 이야기를 하신 만큼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고 선대 회장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도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왜 내가 이 부서에 배치가 됐는지 성과급뿐 아니고 임금도 어떤 기준으로 받게 됐는지에 대한 평가 기준 같은 것도 더 투명하게 하고 그걸 더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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