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양회, 레미콘 사업 ‘교통정리’ 착수
한라엔컴 완전 인수 뒤 성신레미컨과 합병 시나리오 거론

[권일운 기자]
성신양회가 레미콘 사업 분사를 결정한 가운데 앞서 인수합병(M&A)한 한라엔컴과의 역학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라엔컴의 지분을 전량 확보하고 레미콘 관련 법인들을 통합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성신양회는 지난 8월 BCH페레그린파트너스가 조성하는 ‘페레그린 헤일로 제1호’ 펀드에 200억원을 출자했다. 이 펀드는 한라그룹의 레미콘 부문 계열사인 한라엔컴을 M&A하기 위해 출범한 프로젝트 펀드(단일 목적 투자를 위해 결성한 펀드)다. 페레그린 헤일로 제1호 펀드는 한라엔컴 지분 84.8%를 556억원에 매입했다.


성신양회는 페레그린 헤일로 제1호 출자자(LP)들 가운데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앵커 LP(출자자)’다. 하지만 페레그린 헤일로 제1호 출자는 어디까지나 자본차익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게 성신양회의 공식 입장이었다. 한라엔컴이 아닌 BCH페레그린파트너스의 사모펀드(PEF)에 투자한 것 뿐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성신양회의 이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드물었다. 단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사업 협력 등을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자(SI)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펀드에 앵커 LP로 참여한 것은 물론 BCH페레그린파트너스와 다수의 시멘트사 M&A를 함께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였다.


BCH페레그린파트너스는 프로젝트 펀드 LP 모집 과정에서 잠재 투자자들에게 "최우선 엑시트(투자금 회수) 옵션은 성신양회로의 매각"이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당시 대다수 IB 업계 관계자들은 자금 사정이 빠듯한 성신양회가 일단 BCH페레그린파트너스와 손잡고 한라엔컴을 인수한 뒤 추후 직접적인 지배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IB업계에서는 성신양회의 한라엔컴 인수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성신레미컨을 물적분할키로 한 것을 다수의 레미콘 관련 법인들을 ''교통정리'' 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물적분할 시기가 한라엔컴 M&A가 완료된 직후라는 점은 이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방법론으로는 성신레미컨과 한라엔컴을 합병하거나, 한라엔컴을 성신양회의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성신양회의 직접적 지배에 놓이지 않은 레미콘사들 역시 성신레미컨 아래로 통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표면적으로는 국내에서는 레미콘 사업부, 해외에서는 베트남 법인(SungShin VINA)이 성신양회 레미콘 사업의 전부인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영준 성신양회 회장의 차남인 김석현 전무가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레미콘 회사도 사실상 성신양회 계열로 취급된다. 성신레미컨이 김 전무의 개인회사까지 품게 될 경우 상당한 수준의 시장 장악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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