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업 NCR 개선, ‘찻잔 속 태풍’
대부분 신탁사, 기준 150%보다 높아…증자 가능성 희박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시행을 목표로 신탁업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방식 개선을 추진하면서 신탁사들의 대응책 마련이 한창이다. 신탁계정대 차감방식을 개선하고 책임준공확약형 토지신탁(책임준공신탁)을 NCR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NCR이 낮아져 신탁사들이 증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신탁사 NCR이 적정 비율을 상회하고 있어 NCR 개선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규정 제3-26조에 따르면 신탁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자는 자본적정성을 위해 NCR을 최소 150% 이상 유지해야 한다.



19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11개 신탁사의 NCR은 모두 150%를 넘었다. 코리아신탁이 1563.2%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하나자산신탁(1423.6%), 생보부동산신탁(1417.5%), KB부동산신탁(1308.3%)이 이었다. 대형사인 한국자산신탁은 930.5%, 한국토지신탁은 671.9%, 대한토지신탁은 744.6% 등이다. 이는 적정 비율(150%)의 많게는 열 배 가까운 수치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NCR 개선안 추진은 알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NCR이 약간 낮아지기는 하겠지만 적정 비율(150%) 유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책임준공신탁을 집중적으로 판매해온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도 마찬가지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워낙 탄탄해 NCR 기준이 바뀌어도 증자 필요성은 거의 없다”며 “오랫동안 무차입 기조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NCR 기준이 바뀌어도 1000% 이상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증자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형 신탁사들도 증자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부터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이 책임준공신탁을 앞세워 신규 수주 순위에서 선두로 부상하면서 중소형 신탁사들도 책임준공신탁 판매를 검토했다. 책임준공신탁이 기존 담보신탁 시장을 잠식하는 등 후유증이 컸기 때문이다.


국제신탁 관계자는 “책임준공신탁은 신탁사 NCR 비율보다도 신탁사의 모회사가 자금 지원 여력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든든한 금융지주가 있는 하나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과 달리 중소형 신탁사들은 자본금을 늘린다고 해서 책임준공신탁 판매가 크게 늘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증자를 해도 그 자금으로 차입형 토지신탁을 하는 것이 책임준공신탁보다 수수료율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신탁사는 NCR 산정방식이 바뀌는 내년을 목표로 증자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형 신탁사 관계자는 “우호적인 투자자로부터 출자를 받아 자본금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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