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면세점, 시장 우려 극복할까
요우커 감소·기존 사업자 실적 부진…“내년까지 적자 불가피 전망”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현대백화점이 내달 새롭게 진출하는 면세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기존 사업자마저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현대백화점이 차별화 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오는 11월1일 강남 무역센터점에 처음으로 문을 연다. 8~10층에 들어서는 면세점의 영업면적은 1만909m2(3300평)이다. 기존 무역센터점 5만2892m2(1만6000평) 중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8층에서는 구찌·페레가모·까르띠에·프라다 등 명품을, 9층에서는 화장품·패션·잡화를, 10층에서는 기념품과 음식료품 등을 판매한다. 입점하는 브랜드의 판매직원 규모만도 200명에 달한다.


면세사업 후발주자로 야심차게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요우커 감소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요우커의 한국 여행 비중은 2016년 6%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2.9%로 하락했다.


요우커는 국내 면세점에서 1인당 구매금액이 내국인보다 6배나 많은 ‘큰 손’이다. 즉, 요우커의 방한 비중이 높을수록 국내 면세점 매출도 덩달아 증가한다. 실제로 2016년 요우커의 방한이 최고치를 기록할 당시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성장한 바 있다. 최근 요우커의 한국 여행 비중이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올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1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실제로 선행 사업자들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1위 사업자인 호텔롯데는 지난해 사드 여파에 따른 방한 요우커 감소로 면세부문 영업이익이 2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에 155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최근 3년간 4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갤러리아63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손실 439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1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M면세점 역시 지난해 238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8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현대백화점이 기존 사업자와 경쟁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 면세점 업계는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다. 2016년 5월 신세계가 명동점 오픈을 시작으로 시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15%를 넘지는 않고 있다.


국내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롯데가 42%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신라(23%), 신세계(14%) 순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들어서는 강남 지역에는 이미 롯데의 2개 사업장(롯데월드타워·코엑스점)이 있고, 신세계의 사업장 1곳도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강남 면세점 클러스터(cluster·산업집적지) 형성에 따른 고객 유치 기대감도 있지만 동시에 차별화된 전략이 없이는 먼저 시장에 자리잡은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크게 뒤쳐질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약 1억5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최대 여행 정보 커뮤니티 ‘마펑워’와 업무협약을 맺는가 하면, 한류스타인 가수 겸 배우 윤아, 배우 정해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는 등 요우커를 겨냥한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타깃층 다양화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시내 면세점과 달리 궁극적으로 개별여행객(FIT)과 내국인 비중 50% 이상을 목표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의 내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온라인 멤버 최고 등급과 10만원 상당의 적립금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초기 비용 집행, 송객수수료 부담 등도 부담이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관련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테리어 660억원, 전산투자 240억원 등 2000억원이 소요된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내년까지는 면세사업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초기 판촉과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올해 면세점 매출은 605억원, 영업적자 1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이공(중국 보따리상) 규제 등 외부환경 악화 등으로 손익분기점(BEP)통과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송객수수료 부담으로 내년 영업적자 104억원이 예상된다”며 “실적 개선은 2020년 이후에나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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