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포스증권 인수]
인수 비용 최소화 효과…CET1비율 방어 '성공적'
500억 내외 예상…리테일 역량 제고, 추가 출자 가능성도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13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제공=우리금융그룹)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면 증권사 규모 등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입 비용 부분에서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은행 금융지주 중 자본비율이 가장 열위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는 우리금융은 당초 추진했던 중형 증권사 인수를 마무리했다면 자본비율 하락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반면 국내 증권사 중 규모가 가장 작은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면 자본비율을 최대한 방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포스증권의 경우 수년간 지속된 손실로 인해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만큼 매수자 측인 우리금융이 월등히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포스증권 인수 후 증권사 영업력 확충 등을 고려할 때 우리금융의 추가적인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 인수·자본비율 방어 '두 마리 토끼'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인수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자본비율이다. 국내 4대 은행 금융지주 중 가장 열위한 자본비율을 보유하고 있어 중형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비율 하락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1.94%로 12%를 하회했다. 전분기(12.2%)보다 0.3%포인트(p)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CET1비율 12%를 넘어선 이후 3분기까지 12%대 비율을 유지하면서 M&A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4분기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라 다시 11%대로 내려선 것이다.



피어그룹인 KB금융지주(13.58%)와 신한금융지주(13.13%), 하나금융지주(13.22%) 등과 비교해도 1%포인트 이상 큰 격차로 열위한 상황이다. M&A를 진행할 경우 인수자금에 자본이 활용될 뿐 아니라 위험가중자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 지속적으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주문하는 데다 주주들의 주주환원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으로서는 자본비율을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유리하다.


올해 초 우리금융이 중장기 CET1비율 목표치를 기존 12%에서 13%로 상향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화된 자본규제와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감안해 CET1비율을 13%로 재설정했다.


인수금액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동안 우리금융이 M&A에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도 매물 후보로 거론된 곳들이 규모에 비해 몸값을 비싸게 제시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한국포스증권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485억원이다. 한국포스증권이 그동안 수년간 적자가 지속된 탓에 결손금이 쌓이며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고, 수 차례 감자를 진행해야 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열악한 점을 고려하면 인수 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자본총계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위험가중자산도 미미해 우리금융의 자본비율에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악한 경쟁력, 추가 출자 불가피


우리금융의 한국포스증권 인수는 최소한의 금액으로 증권사를 인수한다는 장점을 지녔다. 하지만 차후 증권 계열사로서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주 차원의 추가 출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포스증권의 자본총계는 500억원에 못 미치는 규모로, 국내 증권사 중 최하위권에 해당한다. 한국포스증권 인수 후 우리종금과 합병한다 해도 자본에 큰 변화가 없다. 우리종금의 자본이 약 1조1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인수 후 합병 절차를 밟아도 제자리걸음 수준인 셈이다.


1조원대 자본은 현재 국내 증권업계에서 중형 증권사 수준과 비슷하지만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선 유증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초 우리금융이 리테일 영업망을 갖춘 중형 증권사를 인수 우선순위로 뒀다는 점에서 영업점이 전무한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할 경우 오프라인 영업망 구축 작업에도 대규모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다만 우리금융이 한국포스증권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한다면 인수비용이 곧 한국포스증권에 대한 출자금이 되기 때문에 초기 운영자금이 확보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앞서 한국포스증권은 지난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10:1 액면가액 감액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를 우리금융에 회사를 매각하기에 앞선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이라고 본다면, 통상 감자 후 유증이 뒤따르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금융이 유증에 참여함으로써 지배권을 획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에도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한국포스증권 인수에 최소한의 금액을 사용하는 것은 추가 M&A 여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금융이 지난해 우리종금의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증권 계열사를 갖추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사용한 셈"이라며 "한국포스증권 인수 후 추가 자금이 투입된다면 결과적으로 출혈이 적지 않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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