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차용 타이어를 위한 변명
'마케팅용', '상술' 폄훼 시선…타이어 중요성 인식 부족 단면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11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타이어의 전기차용 타이어인 '이노뷔'.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모빌리티 시장의 최대 화제는 늘 따끈따끈한 신차 출시 소식이다. 연간 수 만대씩 팔려나가는 인기 모델의 풀체인지(완전 변경)가 이뤄질 때쯤이면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는 성수기를 맞는다. 검증 첫 단계에 해당하는 디자인을 시작으로 가격의 적절성, 새롭게 탑재된 기술 등을 따져보는 품평회 향연이 펼쳐진다.


주로 완성차에 쏠려있던 세간의 시선이 최근에는 타이어로도 옮겨갔다. 국내 타이어 업계의 양대산맥격인 한국타이어(아이온)와 금호타이어(이노뷔) 주도 아래 전기차용 타이어의 브랜드 시대가 열리면서다. 회사명이 곧 브랜드로 여겨지는 글로벌 타이어 시장의 틀을 국내 타이어 회사가 깼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전기차용 타이어만을 위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 유일하다.


그러나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용 타이어의 등장이 썩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전기차용 타이어를 다룬 기사나 영상 콘텐츠에는 핀잔 섞인 목소리가 적잖다. 기존 내연기관용 타이어와 성능 면에서 별다른 차이점이 없으면서도 타이어 회사가 이를 마케팅으로 포장해 비싼 값에 내놓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상술이라는 비판도 심심찮게 보인다.


전기차용 타이어에 의구심 가득한 시선이 보내지는 것도 일견 수긍이 간다. 그렇지 않아도 보조금 축소로 인해 전기차 구매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타이어까지 비싸니 말이다. 물론, 기업의 일방적인 홍보를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지 않은 스마트 컨슈머란 측면에서도 응당 그래야 하겠지만.


다만, 전기차용 타이어 대한 비딱한 시선은 타이어의 중요성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한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즐비한 유럽권에서는 차종은 물론 계절, 날씨 등 주행환경을 고려해 타이어를 장착하는 문화가 조성돼 있다. 이는 미쉐린(프랑스), 콘티넨탈(독일), 피렐리(이탈리아) 등 '차알못'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럽산 타이어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게 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쉽게 체감하기 힘든 타이어의 중요성을 엿 볼 수 있는 분야가 최상위 모터스포츠인 F1(포뮬러 원)이다. 모터스포츠 불모지인 국내와 달리 전 세계적으로 축구 못지않은 팬층을 보유한 F1에서 말하는 작전이란 타이어 전략과 다름이 없다. 머신의 성능과 드라이버의 실력은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힘든 객관적 전력인 만큼 어떤 타이어를 쓰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내구성이 좋아 오래 달릴 수 있는 하드타이어(Hard Tire)를 장착해 타이어 교체에 소요되는 시간을 벌지, 아니면 비록 주행 거리가 짧더라도 접지력이 뛰어난 소프트타이어(Soft tire)로 치고 나갈지를 결정한다. 또 우천시에는 전용 웻타이어(Wet tire)를 사용해 800㎏에 달하는 머신의 빗길 미끄러짐을 최소화한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 보다 200~500㎏ 가량 무거운 전기차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게 특징이다. 이를 위해 고무 배합을 달리하고 타이어 뼈대에 해당하는 캡플라이를 보강했다. 또 내부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을 줄이고자 흡음재를 부착하는 등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타이어 회사의 R&D(연구개발) 노력이 서려있다.


아무리 고물가 시대라고는 하지만 나와 가족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타이어 만큼은 '싼 게 비지떡'이란 마음을 가져보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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