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이제 관건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이 3월말 한진칼 주주총회에 앞서 제시할 주주총회 안건이다. 현재 전문 경영인을 대표이사에 앉히고 그를 보좌할 이사와 감사수를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진칼 정관에는 이사 수에 제한이 없다. 3인 이상으로 유지한다고만 명시돼 있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이 부분을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이번주 이사회를 열고 주총 일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이 3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열렸던 것을 고려할 때 올해는 3월27일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가능하다. 올해 예상 개최일을 기준으로 한 주주제안 행사가능 시점은 이달 14일까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주주연대를 이룬 KCGI-반도건설과 주주제안 안건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이들 3자 연대가 제시할 안건 가운데 유력한 시나리오는 이사·감사 수를 늘리는 것이다. 앞서 이들이 전문경인체제 도입과 함께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도 함께 내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반격에 나선 배경에 지난해 연말 이뤄진 임원인사에서 자신의 세력이 배제된 점도 자리하고 있어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실린다.  

한진칼 정관은 이사의 수를 3인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단, 사외이사를 3인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정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현재 한진칼 이사(2019년 9월말 기준)는 사내이사 2인(조원태·석태수), 사외이사 4인(이석우·주인기·신성환·주순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 수가 3인 이상이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조현아 전 부사장 진영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내외 이사 선임을 제안, 주총 안건으로 올려 표대결을 벌이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양측간 지분율 격차가 채 2%가 되지 않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표심만 확보한다면 얼마든지 해볼만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진칼 이사의 임기는 3년이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 6인 가운데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표이사 회장과 이석우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모두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선임(석태수 재선임 포함)됐다. 이를 고려할 때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과 함께 임기가 만료되는 이석우 사외이사의 자리를 포함해 신규 5인 이상의 사내외 이사 선임의 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한명이라도 더 이사를 선임해야 경영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와 연대를 이뤘다는 점에서 작년 주주제안에 실패했던 KCGI의 요구안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KCGI는 ▲감사 선임의 건(김칠규 이촌 회계법인 회계사) ▲사외이사 선임의 건(조재호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김영민 변호사)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조재호·김영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30억원)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3억원) 등의 안건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당시 KCGI는 주주제안권행사 미충족(6개월 전부터 0.5% 주식 보유)으로 인해 이들 안건을 주총에 올리지 못했다. 반도건설 측이 추천하는 이사도 안건에 넣어야 한다. 각각 몇명씩 추천할 지는 미지수지만 동수를 넣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3자 연대 가운데 주주제안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KCGI가 나설 전망이다. 주주제안권 행사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는 반도건설은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