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9시간 혈투' 조원태 압승으로 끝났다
사내이사 연임 이어 이사회 장악력↑…양대축 대한항공·㈜한진 영향력도 공고화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20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장장 9시간의 혈투였다. 업계 안팎의 귀추가 주목된 한진칼 정기주주총회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압승으로 마무리 됐다. 한진칼 측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과 함께 추천한 사내외이사 후보 모두가 이사회 진입에 성공하면서 이사회 장악력이 배가됐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과 더불어 대한항공, ㈜한진 등 양대 핵심축을 중심으로 체제 공고화에도 성공했다. 반면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은 제시한 안건 모두 주총에서 부결되면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3시간 지연돼 개회한 주총…채이배 의원·3자 주주연합 관계자 건의 잇따라


한진칼 주총은 주요 주주간 위임장 확인절차로 예정된 개회시간보다 3시간 지연된 정오 무렵 시작됐다. 주총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주주들로 붐볐다. 발열체크와 마스크 착용여부를 확인받은 주주들은 주총장에 마련된 테이블에 2명씩 자리했다.


주총은 의결권 있는 주식(5727만6944)의 84.93%인 4863만5640주 보유 주주가 참석, 보통·특별결의요건을 모두 충족한 채 진행됐다. 자사주와 반도건설 측의 지분 3.20%는 제외됐다. 법원에서 이달 반도건설 측의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영향이다.


주요안건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기 전부터 주주들의 이의제기로 주총장은 혼란을 겪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주주 대리인으로 참석해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거론하며, 주인기 감사위원장을 향해 “대한항공은 한진칼 자산가치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회사”라며 “이번 의혹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석태수 대표가 대신 발언에 나서며 “현재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책임규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을 지지하는 주주들의 고성이 오가는 우여곡적 끝에 본격적인 안건 표결에 돌입했다.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별도·연결) 승인의 건부터 3자 주주연합 측의 지적이 이어졌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해당 안건의 승인에 동의한다면서도 “뒤늦게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는 가하면,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진에어에 대해 현 경영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걱정스럽다”며 “현 상황을 주주들에게 알리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석태수 대표는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제2호 의안인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는 양측간 대립이 극에 달했다. 당초 석태수 의장은 사외이사후보 9인에 대한 표결을 일일이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주총의 개회가 3시간 넘게 지연된 가운제 주주들의 효율적 진행에 대한 건의가 이어지자 방식을 변경했다. 한진칼 이사회와 3자 주주연합이 추천한 후보들을 묶어 주총장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투표용지를 나눠준 뒤 찬반의견을 묻도록 했다. 불미스러운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검표에 KCGI 관계자 2명이 참여했다. 이 같은 방식은 나머지 안건들의 찬반을 묻는 데에도 활용됐다.   


◆한진칼 이사회 11인체제 구축…3자 주주연합 진입시도 좌절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한 주주들의 판단은 반대보다 찬성이 앞섰다. 참석주주총수(4864만5640주)의 56.67%(2756만9022표)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입장을 피력했다. 반대는 43.27%(2104만7801표), 기권은 0.06%(2만8817표)였다. 이로써 조 회장은 3년의 임기를 더 보장받게 됐다. 


규모의 확대를 통한 이사회 장악력도 높였다. 사내이사에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CFO)이 신규선임됐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포함한 5인의 사외이사도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이로써 한진칼 이사회는 기존 사내이사 2인(조원태·석태수)·사외이사 4인(이석우·주인기·신성환·주순식) 등 6인체제에서, 사내이사 3인(조원태·석태수·하은용)과 사외이사 8인(주인기·신성환·주순식·김석동·박영석·임춘수·최윤희·이동명) 등 11인체제의 틀을 갖추게 됐다.


반면 3자 주주연합은 추천한 사내외이사 후보 7명이 모두 이사 선임의 고배를 마시며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한진칼 정관은 이사 수를 3인 이상으로 구성하되 사외이사를 3인 이상·이사 총수의 과반으로 정하고 있어, 양측이 내세운 사내외이사 후보를 얼마나 많이 이사회에 진입시키느냐가 이번 주총의 핵심이었다.


◆대한항공·㈜한진 주총서도 성과


조원태 회장은 그룹의 양대축인 대한항공과 ㈜한진에서도 남다른 성과를 얻었다. ㈜한진의 경우 자신의 측근들이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고, 대한항공의 경우 이사선임방식에 대한 정관변경에 성공하며 내년 연임에 대한 가능성을 한층 높였기 때문이다. 


이날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 방식을 특별결의에서 보통결의로 바꾸는 것과 대표이사가 맡고 있는 이사회 의장직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정관변경안건도 원안대로 가결됐다. 정관변경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주주의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다수 상장사는 이사 선임·해임안을 보통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주주의 과반 동의를 얻으면 해당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정관에 이사 선임과 해임을 주총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지난해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해당 규정 속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가운데 조원태 회장이 내년 3월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만료를 앞두고 정관 변경에 성공하면서, 관련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한진은 측근 2명의 각자 대표체제가 꾸려졌다. 지난 25일 주총에서 류경표 ㈜한진 대표이사와 노삼석 사업부문총괄(부사장)은 ㈜한진 사내이사에 각각 재선임, 신규선임됐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노삼석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류경표 대표와 함께 2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꾸렸다.


이들은 지난해 말 총수일가, 특히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 내홍을 겪는 과정 속 이뤄진 조 회장의 첫 임원인사에서 생존 및 승진하면서 조 회장 측 라인(Line)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앞서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을 맡았던 노삼석 전무를 ㈜한진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했고, 기존 류 대표이사 전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류 대표이사는 경영기획 인사·총무 재무 IT 등 경영관리부문 총괄을, 노 부사장은 택배 물류 글로벌 등 사업부문 총괄을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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