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산은?
KDB생명 매각 두고 JC파트너스와 신경전···또 좌초?
⑥유증 규모 등 이견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9일 14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구조조정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KDB산업은행이 바빠졌다. 다시 한 번 국가 산업을 지탱할 '구원투수', '소방수' 역할을 해야할 시기다. 산은의 실패는 국가의 실패로 귀결된다. 하지만 KDB생명,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 등 일련의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산은의 움직임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책은행으로 민간기업보다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나 사전에 매각대상 기업의 부실을 감지하지 못했거나 다양한 매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팍스넷뉴스는 산은의 구조조정 또는 매각 실패 사례를 점검해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팍스넷뉴스 김현희 기자] KDB생명 매각이 예상보다 지연될 전망이다. KDB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놓고 JC파트너스와 협상 중인데 KDB생명의 자본확충, 즉 유상증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협상이 삐걱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비슷한 상황이다. 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문제가 심각하자 인수 자체를 고민 중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는 이달 중에 KDB생명의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협상 파트너인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의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판단에 산은과의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JC파트너스 측이 제시한 인수구조는 KDB생명의 구주 2000억원 인수와 유상증자로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유상증자 규모가 더 늘어날 우려가 발생한 것이다. 


유상증자 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KDB생명의 내부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유상증자 규모가 달라지면 매각주체로 납입되는 매각대금의 변동도 예상된다. 


JC파트너스는 유상증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에 산은과의 협의 과정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JC파트너스의 유상증자 예상규모는 3000억원이었는데, KDB생명의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유상증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KDB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이달 중에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KDB생명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늠된다. KDB생명의 1분기 개별기준 당기순이익은 429억원으로 전년동기(99억원)보다 4배 수준으로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보험영업익보다 투자영업익으로 얻은 수익이다. 보험료수익은 전년동기보다 46억원 줄어든 6711억원, 금융상품투자수익과 외환거래익은 모두 합쳐 2323억원으로 전년동기(859억원)보다 1464억원 늘었다.


KDB생명의 보험금지급여력비율(RBC) 추이


이는 보유유가증권 등을 매각해 얻은 결과다. 


올해 1분기 말 KDB생명의 매도가능금융자산과 만기보유금융자산 규모는 12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4분기 말 13조6000억원보다 1조원이나 줄었다.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은 1조원 수준인데 이는 전년동기 1조5600억원 수준과 비교하면 5600억원 감소했다. 

이렇게 해서 올린 KDB생명의 1분기 보험금지급여력비율(RBC)은 228%이다. 지난해 4분기(215%)보다 개선됐지만, 실제로 이렇게 채권 매각 등으로 얻은 수익으로 높인 것이다.


JC파트너스가 3000억원의 유상증자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점도 이 대목이다. 초반에는 RBC를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영업력 수준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신규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내년 조기상환 예정인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한다.  


금융감독원도 이같은 KDB생명의 '실적포장'을 지적하며 자본확충 규모를 시나리오별, 연도별 계획 등 실질적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KDB생명으로서는 매각 불발시 상황을 가정해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에게 얼마나 확충받을 수 있는지를 파악한 후 보고해야 한다. 


KDB생명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해 부문검사에서 지시한 사항으로 인수 주체가 유상증자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보고했다"며 "인수 주체가 확정되면 별도로 자금 계획에 맞춰 다시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KDB생명이 채권 등 금융자산 매각을 통해 이같은 '실적 포장'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확충에 이어 영업익 증가에 따른 현금흐름이 이어지지 않으면 RBC 급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RBC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 해놓은 상태다. 


JC파트너스가 매각을 철회하면 KDB생명의 자본확충은 오롯이 산은의 몫이 된다. 결국, 2023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대비한 KDB생명의 자본확충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기업 지원에 매진해야 하는 산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IB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산은은 KDB생명 매각을 놓고 인수후보와 저울질하면 안된다”며 “오히려 인수후보가 제시하는 조건 대로 빨리 파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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