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흔들기
삼성금융지주 탄생?···산 넘어 산
④국회에 막힌 중간금융지주법···거대 보험사 매각도 어려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에 이어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는 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그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나아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고리를 끊는 내용이지만, 자칫 삼성 뿐만 아니고 우리나라 경제와 시장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이슈로 주목받는다.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까지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삼성의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이에 따라 팍스넷뉴스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미치는 영향과 삼성 지배구조 대안과 올바른 해법을 제시해본다. 

[팍스넷뉴스 김승현 기자] 삼성물산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금융계열사를 모두 정리해야 한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설립 후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한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매물로 나온다면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후 삼성 지배구조 개편 관련해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입법 추진안이 나오고 있으나 또 다시 '삼성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2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때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지분을 그룹 내에서 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지배구조상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전자를 연결하는 핵심고리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의 인적분할로 '중간금융지주사'를 설립해 삼성전자 지분을 소화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사는 일정한 규정 하에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를 동시에 지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과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삼성전자 지분 문제 해법으로 제안한 방법이기도 하다.


방식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삼성물산이 사업회사와 물산금융지주로 인적 분할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삼성생명 주식만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삼성생명을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것이다. 금융계열사는 생명금융지주에 두고, 삼성전자 등 나머지는 삼성생명사업회사(자회사)에 두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법상 삼성전자를 1대 주주로 지배할 수는 없지만, 2대 주주 등의 지위로 소유할 수는 있다. 즉 최대주주만 아니면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약 1.8% 규모 지분만 줄이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분 처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이 시나리오는 과거부터 삼성의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돼 왔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분위기로는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현행법상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주사를 지배할 수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법 개정 과정에서 또다시 '삼성 특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특혜 논란으로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무산되기도 했으며, 지난 2016년 금융위원회에 요청한 사전검토에서도 승인이 힘들다는 결론을 얻었다. 게다가 최근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고위 임원 11명이 불법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점 등을 미뤄볼 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작다. 


결국 삼성물산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소화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지주회사자격 요건에 따라 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과 화재를 매각해야 하는 만큼, 보험업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업계 1위의 대형사인 만큼 매물로 나왔을 때 국내 시장에서 이들을 인수할 회사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삼성생명은 올해 6월 말 기준 자산규모 318조원(연결)로, 생손보 업계를 합쳐 가장 큰 보험사다. 특히 전체 생명보험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2, 3위 회사 한화생명(12.9%), 교보생명(11.0%)과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압도적인 1위사다. 삼성화재도 총자산 87조원으로 손해보험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과 화재가 보유한 보험 계약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보유계약(일반+특별) 건수는 62억건으로, 한화생명의 보유계약 37억건보다 25억건이나 많다. 금액으로 환산해도 어마어마한 차이다. 매각이 진행된다고 해도 이를 인수할 수 있는 주체는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생보사의 기틀이 된 유배당 상품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결손금만 수조원에 이르는 금리확정형 상품으로 향후 추가 자본 투입이 필요해 실제 매각이 이뤄진다면, 비용 부담은 증가할 수 있다. 더불어 보험업은 신뢰도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만큼 '브랜드'가 중요하다. 그간 '삼성' 브랜드가 갖고 있는 시장 장악력을 고려할 때 매각에 따른 시장 신뢰도 하락도 감수해야하는 대목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두고 삼성전자 지분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에 관심을 쏠려 있는데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문제는 현실적인 시나리오 하에 금융계열사 매각 여부"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 시장 매물로 나오는 것은 과거 롯데카드, 롯데손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삼성 지배구조도 크게 바꾸지 못하면서 국내 보험 노하우로 통째로 외국에 넘겨주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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