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프리즘
돈 많은 PEF가 무서운 매각 기업 직원들
고용승계 약정 사라지는 추세···부동산 등만 노린 PEF는 늘어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3일 15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기자] "제발 사모투자펀드(PEF)만 아니기를 기도합니다"


모(母)회사가 매각 방침을 밝힌 A기업의 한 관계자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PEF가 인수하면 인력 구조조정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 탓이다. A기업처럼 수익성 자체는 크게 떨어지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이 나고 부동산 등 자산이 많을 경우 PEF는 인수 후 가장 먼저 비용 절감부터 나서는 것이 정석이다.


이 관계자의 바람과 달리 A기업의 모회사는 벌써부터 다수의 PEF들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매각이 본격화되기 전에도 '(인수자가) PEF밖에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그만큼 PEF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장된 시중 유동성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덩치가 더욱 커졌다. 기관 투자자들은 저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PEF로의 자금 투입량을 늘렸다. 악화된 경기만큼이나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수요는 더욱 늘어나며 인수 시장은 한마디로 '물 반 고기 반'으로 변했다. PEF는 어느덧 M&A 시장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PEF는 또 다른 인수축인 대기업이 몸을 사리면서 M&A 협상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갖출 수 밖에 없다. PEF가 인수 주체로 등장하며 M&A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고용승계 항목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PEF가 부동산 등 자산에만 명확한 관심을 두고 있지만 당장 매각이 시급한 기업의 경우는 고용승계까지 고집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PEF가 인수 검토를 하는 기업은 나은 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급하게 매물로 나온 기업은 인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만일 명동 기업자금시장에서까지 어음 할인이 거절된 기업이라면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해 회생절차를 밟거나 파산할 수 밖에 없다. 


명동 시장의 한 관계자는 "시중 자금이 넘쳐나다보니 아예 PEF를 겨냥한 매물도 있다"며 "과거에는 고용승계, 우량자산 매각 금지 등의 약정을 맺는 경우도 있으나 최근에는 PEF 요구가 무조건 관철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매각 기업의 임직원은 구조조정 불안에다 설사 살아남는다고 해도 우량 자산 매각 후 재매각이라는 과정을 다시 경험할까봐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명동 시장에서 어음 할인이 거절된 기업이 PEF에 손을 내미는 경우도 종종 등장한다"며 "미래 성장성을 봐주기 바라지만 한계 기업인만큼 딜 성사율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격적인 성향의 PEF조차 당장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대상 기업이 회생절차를 밟은 후 비교적 깨끗해진 후 인수를 검토한다는 게 더욱 합리적이란 견해가 만연해진 탓이다. 


※ 어음 할인율은 명동 기업자금시장에서 형성된 금리입니다. 기업이 어음을 발행하지 않거나 발행된 어음이 거래되지 않아도 매출채권 등의 평가로 할인율이 정해집니다. 기타 개별기업의 할인율은 중앙인터빌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제공=중앙인터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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