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빗이 기존에 운영하던 이노베이션(INNOVATION) 마켓,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서비스)마켓을 없애고 원화(KRW)마켓으로 통합했다. 다만 원화입금을 위한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지는 못한 상태다.

코인빗은 지난 6일 공지사항을 통해 마켓 통합 소식을 알렸다. 코인빗은 "6일 부로 원화, 이노베이션, 디파이 마켓은 원화마켓으로 통합되며, 호가단위와 거래 수수료는 기존 원화(KRW)마켓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현재 코인빗에서는 원화마켓과 비트코인(BTC)마켓만 운영하고 있다.

세 개의 마켓을 하나로 통합한 이유에 대해 코인빗 관계자는 "마켓이 여러 개 있다 보니 어느 마켓에 어떻게 투자해야하는지 헷갈려 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거래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켓을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이노베이션 마켓은 이벤트와 에어드롭 등을 진행하는 코인이 주로 상장됐다. 코인빗은 타 거래소에 비해 이벤트와 에어드롭을 자주하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노베이션 마켓 폐지로 인해 각종 이벤트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코인빗 측은 "이노베이션 마켓은 사라졌지만 기존에 진행하던 이벤트나 에어드롭은 계속 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전체적인 가상자산 시장이 활력을 되찾으면서 신규 투자자들도 늘었고,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가 곧 시행된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려면 당장의 이벤트를 챙기기 보다는 마켓을 통합해 운영하면서 거래환경과 보안에 신경을 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인빗은 원화마켓 운영에 필요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실명계좌 발급은 가상자산 사업자 인가에 필수적인 요건이기도 하다. 기존 거래소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를 받아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 코인빗은 벌집계좌(법인계좌 아래 다수의 개인계좌를 두는 방식)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원화 입출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는 실명확인계좌 발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개정안 시행령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를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계좌를 발급하도록 열어뒀다. 자금세탁방지 위험이 존재하는지 판별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셈이다. 

현재 코인빗은 ISMS 인증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만약 ISMS 인증을 획득하면 실명계좌 발급 여부가 코인빗의 사업자 인가 심사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코인빗은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는 방법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코인빗 관계자는 "농협, 신한은행 등과 협의 중이다. 거래소에게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면 은행 입장에서도 큰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면서도 "아직 계좌 발급 기준이 나오지 않아 발급을 망설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인빗이 실명계좌 발급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투자자들이 코인빗을 자전거래, 시세조작 등 사기혐의로 고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코인빗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이 거래소의 자금세탁 위험성을 평가해 실명계좌 발급을 결정할텐데, 이 때 거래소와 임원진의 위법 행위 이력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