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호텔롯데가 올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건다. 기존의 직접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위탁 운영 호텔을 확대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59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611억원으로 적자 폭이 줄었다. 이는 리오프닝(경기재개)에 따라 객실 수요가 회복되며 호텔사업부 매출액이 632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7% 늘었고 영업적자가 1603억원으로 개선된 덕분이다. 

호텔롯데는 호텔사업부를 비롯해 면세사업부, 월드사업부, 리조트사업부 등 4개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당초 면세점사업이 호텔롯데 실적을 좌지우지했지만 코로나19로 사업 확장이 어렵게 되자 호텔사업에 대한 중요도가 커졌다. 호텔사업부의 매출액은 전체의 13.8%에 불과하지만 영업손실은 61.4%나 차지하고 있다. 

호텔사업의 손실액이 큰 것은 해외 호텔들의 부진이 몇년째 지속되고 있어서다. 호텔롯데는 신흥 시장과 글로벌 거점 도시를 함께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국내 17개를 비롯해 러시아, 미국, 베트남 등 해외 주요 국가에 진출해 12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미국 내 운영 중인 호텔 3곳의 매출액은 826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1386억원에 달했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지출하는 돈이 컸던 셈이다. 이 기간 러시아에서 운영 중인 호텔들도 13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베트남 호텔 역시 79억원의 적자를 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호텔롯데는 위탁 운영을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진출 초기 직접 투자 방식을 선호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재무부담이 커지자 사업적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위탁운영 방식을 택한 것이다. 위탁운영이란 건물 소유주가 호텔 경영 노하우가 있는 브랜드에 운영을 맡기는 것을 뜻한다. 

호텔롯데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롯데시티호텔 타슈켄트팰리스, 미얀마 롯데호텔 양곤, 러시아 롯데호텔 사마라, 미국 롯데호텔 시애틀 등 4개 호텔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소치에서는 2025년부터 프랜차이즈 호텔을 운영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미국 시카고에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L7을 오픈할 계획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직접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프랜차이즈 호텔을 추가하면서 해외진출에 더욱 가속도를 낼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기반해 위탁·프랜차이즈 경영을 통한 효율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호텔롯데가 적자에도 외형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것을 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손실을 보더라도 외형 확장을 통해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코로나19와 기업공개(IPO) 지연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호텔과 면세 수요가 회복하면서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도 신용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