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IFRS17, 보험산업 신뢰 쌓는 계기되길
新회계기준 도입 후 혼란 지속···장기 가치중심 경영 확립돼야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8일 08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27일 설명회를 통해 보험업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의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 당분간 금융당국에 대한 보험업계의 불만과 보험사 간 오해와 반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제공=금융감독원)


[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경영 관리에서 최악으로 여기는 상황은 무엇일까? 기업 실적과 재무 상태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다. 더욱이 보고된 실적과 재무 상태의 신뢰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경영 관리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올해부터 IFRS17을 적용한 보험업계가 현재 딱 이 모습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계약 시점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시가로의 평가가 핵심인 국제회계기준이다. 원가가 아닌 시가 평가에 곡소리가 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분기 전체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5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늘었다.


IFRS17은 도입이 예고된 2016년 말부터 2년의 연기를 거쳐 2023년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기간 금감원은 IFRS17의 원칙을 존중하겠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IFRS17 자체가 각 보험사에 '자율성을 확대'하는 대신 이에 대한 '검증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각 사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준비했다.


하지만 역대급 실적에 보험사 회계처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별 '계리적 가정(추정)'의 산출기준이 크게 상이하고 통계적 근거 없이 낙관적인 가정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자의적인 가정을 막기 위해 'IFRS17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험사에 내려 보냈다. 국제회계기준에서 당국식 계산법을 적용해 계리적 가정을 다시 하라는 뜻이다.


당국 가이드라인의 중심에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있다. 당장 가이드라인에 따라 CSM 상각액을 달리하면 보험사의 손익은 크게 달라진다. 올해 IFRS17이 도입되며 보험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예고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CSM 등 실적 착시효과를 바로잡기 위한 기준을 만들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려졌다. 당초 내놓은 장밋빛 전망은 대거 수정될 전망이다. 뒤늦은 금감원의 개입에 보험사들이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업계가 여전히 단기실적 위주의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그간의 인식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향후 보험사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단기 매출 중심의 경영에서 IFRS17 원칙에 걸맞은 장기 가치중심 경영으로 전환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 금융당국도 시장이 자정작용을 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고, 선진국 사례처럼 자율성과 공공이익의 균형을 위한 기준들을 제시해야 한다.


IFRS17는 보험사와 금융당국 모두에게 처음이다. 누구나 처음은 서툴 수밖에 없다. 기준이 바뀌면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제도는 안착할 것이다. 변화를 맞이하는 모두에게 시간은 필요하다. 이번 사태가 IFRS17 안착으로 신뢰를 얻은 보험 산업이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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