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반도체, 독점 말고 경쟁
HBM3 기술 경쟁, 반도체 기술력 한 단계 올릴 것
이 기사는 2023년 07월 31일 08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SK텔레콤 뉴스룸)


[딜사이트 김민기 차장] 인류가 지금까지 발전해 온 이유는 경쟁이다. 경쟁은 한 개인이나 집단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나 혹은 많은 다른 개인, 집단과 벌이는 상호 작용이다.


기업도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과도한 경쟁은 불법과 사회적 분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공정한 경쟁은 기업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인류 발전에도 기여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차세대 반도체인 HBM3(고대역폭메모리)를 두고 서로 자사의 기술이 더 좋다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과거 2010년대 초반 삼성과 LG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개발 과정에서 'RGB' 방식과 'WOLED(화이트OLED)' 기술을 두고 경쟁했던 때가 떠오른다.


양사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SK하이닉스가 먼저 컨퍼런스 콜에서 "양산 품질 등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고 있다"고 말하자 삼성전자가 바로 다음 날 "당사는 HBM 선두업체"라며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고 HBM2E도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되받아쳤다.


HBM3에서는 SK하이닉스가 치고 나갔지만 그 전 HBM2와 HBM2E까지는 삼성전자가 시장을 장악해왔기 때문에 양측의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또 SK하이닉스 컨콜에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삼성전자의 TSV(실리콘관통전극) 케파가 부족해 삼성이 하반기 HBM3를 양산해도 물량이 부족해 SK하이닉스에 밀릴 것이라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이 질문에 대해 반박이라도 하듯 다음날 컨콜에서 "다음 세대인 HBM3도 업계 최고 수준 성능 및 용량으로 고객 오퍼가 진행 중"이라며 반박했다. 이어 "다음 세대인 HBM3P는 24기가 비트 기반으로 하반기 출시 예정이며 업계 최고 수준으로 AI 시장 요구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공급 역량 측면에서는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기가비트(Gb) 중반을 넘어서는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있었지만 삼성이 기술력과 마케팅, 원가경쟁력 등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사실상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일부 제품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기술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제조사간의 기술 경쟁력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HBM3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양산에 돌입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가 자체 독점으로 개발한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기술이 주목 받았다. 반면 삼성전자도 특성이 훨씬 개선된 'NCF(비전도성 접착 필름)'를 HBM3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양산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둘다 핵심은 휨 현상 해결이다.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메모리를 쌓는 적층 기술을 쓰다보니 아무래도 더 얇고 덜 휘어지는 기술력이 관건이다. 현재 12단 다음 단수는 '16단'이다. 양사 모두 칩과 칩을 직접 접착시키고, 데이터 통로를 곧바로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기술 개발에 온힘을 기울일 전망이다. 어느 기술이 주류가 될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발견이 나올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없다면 이같은 기술 개발도 없었을 것이다. 


올해 상반기 양사는 반도체에서 각각 9조원, 6조원 등 총 15조원의 손실을 냈다.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여전히 내년 초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보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하반기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위해서는 양사의 치열한 경쟁을 통한 새로운 신기술 개발이 필수다. 하반기에도 이들의 치열한 경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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