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작 이랬어야지···' 5G·LTE 경계 사라져
5G 단말에도 LTE 요금제 가입 허용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8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먼저 LTE 휴대폰을 준비해주세요. 현재 사용 중인 5G 휴대폰에서 유심칩을 꺼내 LTE 휴대폰에 넣어주세요. (중략) 다시 유심칩을 꺼내 5G 휴대폰에 넣어서 사용하면 돼요."


이용자가 직접 5G 단말로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다. 비록 편법이지만 비싼 5G 요금제가 부담스러운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약정에 묶이지 않은 LTE 단말을 따로 준비하고 유심을 이리저리 옮기는 과정이 참으로 번거롭기 짝이 없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면 시도조차 어려운 일이다.


불편하면 비싸더라도 5G 요금제를 쓰라는 야속한 기업 논리가 숨어있다. 그간 이동통신 3사는 5G 단말 이용자의 LTE 요금제 가입을 제한해왔다. 지난 2020년 자급제 5G 단말에 한해 LTE 요금제 가입을 허용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급제가 아닌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구매한 5G 단말의 경우 여전히 5G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다. LTE보다 수익성이 높은 5G 가입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고가 요금제를 많이 팔수록 이통사의 수익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5G 요금제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LTE 대비 약 1.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불합리한 처사에도 이용자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사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5G 요금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5G 스마트폰으로 LTE 요금제에 가입하는 법이 인터넷상에 떠도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더 이상 편법 행위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5G 단말로 LTE 요금제에 가입하고, LTE 단말로 5G 요금제에 가입하는 시대가 곧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비 부담 완화 목적으로 특정 요금제 가입을 강제하는 불합리한 제한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과는 이미 협의가 끝났다. SK텔레콤은 관련 이용약관 개정과 전산 시스템 개발을 통해 빠르면 이달 말부터 시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대세에 따를 전망이다.  


2020년 이통 3사가 자급제 5G 단말의 LTE 요금제 가입을 허용한 이후 굳게 걸어 잠갔던 빗장이 완전히 풀리게 됐다. 많은 이용자가 그토록 염원하던 순간이지만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과연 이렇게까지 오래 기다릴 문제였는지 의문이 든다. 3년 전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면 이용자들이 편법까지 쓰는 촌극은 벌어지지 않았을터. 


5G 약발이 떨어졌다는 점도 이통사들의 태도 변화에 한 몫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5G 가입자는 3180만명으로 전월 대비 29만명 증가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0.91%다.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처음으로 증가율이 1% 아래로 떨어졌다. 올 3분기 기준 이통 3사의 5G 보급률도 일제히 60%를 넘어섰다. 예년과 같은 5G 신규 가입자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이통 3사가 잠갔던 빗장을 풀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하면서 통신 서비스는 일상생활의 필수재로 자리매김했다. 국민 누구나 부담 없이 합리적인 가격에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요구되고 있다. 공공재인 주파수로 사업을 벌이는 이통사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해 시대 역행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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