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컬처웍스, 영구채로 급한 불 끄기 '이자비용 뇌관'
누적 적자 3000억원에도 차입금 '현금 상환'…자금조달 여건 악화일로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8일 11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시네마 제공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영화관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가 실적 부진이 지속하면서 재무안정성 저하와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 나서고 있지만, 그에 따른 이자비용이 불어나면서 재차 재무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외부 지원 없이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운 구조지만, 그룹 주력 계열사들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계열 지원을 받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 3년 반 사이 누적 적자 3000억원 돌파…시장성 조달 어려워져 '현금 상환' 기조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84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연간 160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1년에도 1323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8억원 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 상반기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3년 반 사이 누적 영업손익은 3003억원 규모 적자로 집계된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롯데컬처웍스의 실적이 개선되지 못한 까닭은 영화 관람수요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박스오피스 관람객은 올 상반기 월평균 620만명 수준에 그쳐 코로나 확산 직전인 지난 2019년의 월평균 관람객(925만명) 대비 3분의 2 수준에 머물렀다.


자체 현금창출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차입부담은 고스란히 재무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용을 기반으로 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보유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컬처웍스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616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3월 400억원 규모 사모채를 상환한 바 있다. 오는 11월에도 100억원 규모 사모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롯데컬처웍스 측은 "3월과 마찬가지로 11월에도 보유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컬처웍스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현금 상환을 택하고 있는 것은 시장에서 조달이 어려울 정도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된 탓이다. 올 상반기 기준 롯데컬처웍스의 자산(9579억원) 가운데 자기자본은 1301억원 수준에 그쳐 부채비율은 600%를 훌쩍 넘어섰다. 연결기준으로 보면 이미 지난해부터 부채비율 3000%를 웃돌고 있다.


자기자본마저도 대부분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쌓은 '조건부 자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컬처웍스의 신종자본증권은 1700억원 규모였다. 신종자본증권의 자본 확충 효과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자본잠식 상태인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당좌차월 한도도 1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재무구조가 한계 상황으로 치닫다 보니 공모시장은 물론, 사모시장에서도 자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 자본잠식 막기 위한 신종자본증권, 이자부담 '부메랑'…결손금 확대시켜 악순환


일단 신종자본증권으로 급한 불을 끄고는 있지만, 신종자본증권으로 버티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콜옵션(조기상환권) 도래와 누적된 이자비용은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지난해 11월 흥국생명 사태에서 보듯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는 금융시장에서 일종의 불문율로 통한다.


지난 2021년 집중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롯데컬처웍스는 올 6월 400억원 규모 콜옵션이 있었던 데 이어 오는 12월 1000억원, 내년 2월 300억원에 대한 콜옵션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4월과 6월 사모시장에서 각각 400억원, 3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목적으로 발행했지만, 여전히 오는 12월에 다가오는 1000억원 규모 콜옵션에 대한 대응 계획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올해 두 차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4월 8.1%, 6월 7.8% 등 8%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비용은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롯데컬처웍스가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이자비용으로 지급한 금액만 82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7억원) 대비 10배 늘어난 규모였는데, 올해는 1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실적 악화에 따른 순손실에 더해 결손금 규모를 키워, 재차 자본잠식 위기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시장 안팎에서는 사실상 외부 지원 없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로 보고 있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롯데컬처웍스의 콘텐츠 개발, 신규 사업 투자 및 리스료, 높은 금융비용 등 자금 소요가 지속되고 있다"며 "외부 자금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 한 당분간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룹의 지원여력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은 주력 사업부문인 백화점에서 실적이 급감, 2분기 전체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30%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그룹 최대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적자에 빠진 상태다. 지난 6월 말엔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롯데지주 ▲롯데케피탈 ▲롯데렌탈 ▲롯데물산 ▲롯데오토리스 등 그룹 연쇄 강등의 진원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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