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3조짜리 '계륵' NCC…연이어 매각 불발
에쓰오일과 협상 결렬, 매각가 조 단위 고수
해외 매각으로 눈 돌려, 한달 전 가동 재개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3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LG화학이 석유화학 불황으로 나프타분해설비(NCC) 매각을 추진 중이나, 가격 눈높이가 맞는 원매자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매물은 여수 NCC 2공장이다. 3조원 가까이 투입한 사업 자산이지만 불황으로 몸값이 대폭 낮아져 처분조차 쉽지 않은 '계륵'이 됐다. LG화학은 매각을 지속 추진하되 '조 단위' 투자 비용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할 거래는 강행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 매각 의사를 다수 기업에 전했으나 모두 불발됐다. 가격 눈높이 차이는 차치하고 중장기적 수익성 약화가 예상되는 NCC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는 것부터 난관이라는 후문이다. 


NCC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만드는 시설로 그간 석유화학 업체 순위를 결정 짓는 지표가 될 정도로 중요한 산업 자산이었다. LG화학은 2021년 여수 NCC 2공장의 증설 등을 위해 2조6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지난 4월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해당 공장의 인력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매각 작업이 알려졌다.

LG화학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제공=LG화학)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를 대주주로 업고 있는 에쓰오일이 태핑(Tapping)하며 기대감이 부상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당시 에쓰오일은 35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자비의 10% 수준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NCC 평가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LG화학은 여전히 조 단위 매각가를 고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사업장 내부는 이왕이면 평균 임금이 높은 정유사가 새 주인이면 좋겠다는 분위기이나, 실제 상황은 여의치 않다. 같은 지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GS칼텍스는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사촌 회사인 LX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등 국내에서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LG화학은 이제 자본력을 갖춘 미국, 중동 회사들에게 매각 의사를 타진 중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LG화학의 여수 NCC 2공장 처분 결정은 기초 유분 및 범용 석유화학 제품 시장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화학 내부 관계자는 "(회사는) 최대 고객인 중국이 생산 설비 신증설로 내수를 충당하고, 중국의 생산 확대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도 이어지며 최소 4년은 시황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이어 "바스프 등 글로벌 화학 업체들처럼 고부가·고품질 기조가 아니라 가성비 전략을 추구해 온 만큼, 차별화는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여수 NCC 2공장은 가동을 멈춘 이래 꾸준한 손실로 회계에 반영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여수 NCC 가동 중단으로 인한 손실 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부진한 시황에 역마진으로 손실 폭을 키우는 것보단 차라리 가동 중단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LG화학의 본업인 석유화학은 2021년 4조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사 영업이익의 81.9%를 견인했으나,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인 2023년 1~3분기 27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사업으로 전락했다. 그 영향으로 LG화학의 전사 영업이익도 2021년 4조9836억원에서 2022년 2조9794억원으로 60% 가량 깎였다.


LG화학의 여수 NCC 2공장 매각은 최소 연내까진 성사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근에는 매각보다 보유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매각 검토는 액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 좋은 시황에서는 매각 검토든 기다림이든 전략일 수 있다"며 "특히 매각 검토는 선제적으로 (시황 악화에) 대응한다는 이미지도 보여 주고, 한계 인력을 일부 정리하는 명분도 된다. 내외부에 긴장감 쇄신을 주문하는 부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공장의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리는 '문책성' 인사가 관측에 그친 점도 최근의 관망 기조를 보여 준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동안 LG화학 내부에서는 석유화학사업본부의 고위 임원이 여수 NCC 2공장 투자 책임을 지고 퇴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LG화학은 한 달 전 여수 NCC 2공장 가동을 재개했다. 그나마 운영하는 게 나을 정도로 시황이 올라왔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의 가치 제고와 경쟁력 강화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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