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VS 장형진, 고려아연 지분 놓고 '기싸움'
내년 주총 앞두고 경영권 방어 총력…최씨 일가 더 높지만 격차 불과 1.23%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7일 15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제공=고려아연)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고려아연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내년 초 고려아연 등기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우호지분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장 고문 세력에 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재계 주요 기업들을 백기사로 세우며 경영권 방어태세에 나서고 있다. 


고려아연이 지난 5일 공시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씨케이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1만4771주를 사들였다. 씨케이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0.02%에서 0.09%(1만8339주)로 상승했다. 


씨케이는 장 고문 측 세력이다. 장 고문의 장남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와 차남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 장녀 장혜선씨 소유이기 때문이다. 씨케이가 고려아연 주식을 추가로 취득한 것과 별개로 장혜선씨는 10월 25일과 11월 3일 두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 68주를 사들여 현재 1만1393주(0.05%)를 보유하게 됐다. 


물론 이들의 매입물량은 하루에 65~2000주로, 크지 않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주목할 점은 고려아연이 올해 들어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총 16차례에 공시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최대주주등' 개념은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을 의미한다. 


상장법인은 최대주주등이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식수에 변동이 있을 경우 최대주주등 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그 변동내용을 기재해 한국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고려아연은 많게는 한달에 4차례 신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고려아연을 양분하고 있는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고 자연스레 공시 게재 횟수도 늘어났다. 내년 주총에선 최 회장과 장 고문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아연 제련업체로 영풍그룹 계열사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후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다른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맡아왔다. 그간 최씨 일가가 주도적으로 고려아연 경영을 맡아왔는데, 장씨 일가와 신사업 등 경영 방향성을 놓고 이견이 생기면서 지금까지의 구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흔들려는 장씨 일가는 개인회사 씨케이, 에이치씨 등을 통해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25.15%, 씨케이 등 개인회사 지분을 모두 합하면 장씨 일가 지분은 31.99%에 이른다. 


이에 맞서 최씨 일가는 재계 주요 기업들을 백기사로 세워 방어하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은 최근 현대차 북미 자회사인 HMG글로벌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5200억원을 들여 고려아연의 지분 5%를 확보했다. 이 지분이 최씨 일가 우호지분으로 구분된다. 최 회장(1.75%)과 특수관계인 지분 5.26%에 한화그룹 8.08%(한화에너지 5%·한화임팩트 1.88%·㈜한화 1.2%), LG화학 1.97%, 한국투자증권 0.8% 등을 더하면 최씨 일가 지분은 33.22%다. 당장은 최씨 일가 지분이 더 높다. 하지만 격차는 1.23%에 불과하다. 


양 측 지분율이 비슷한 만큼 향후 소액주주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 다만 그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 경영을 맡아온 만큼 최 회장의 연임이 불발될 가능성은 낮다. 재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을 이끌어온 노력과 성과가 인정받고 있어 연임이 유력해 보인다"면서도 "내년 초 주총까지 양측의 지분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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