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회장, 판토스 지분 매각…상속재원 마련 '잰걸음'
최대 1000억원 확보 추정…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 ‘일석이조’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하던 판토스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 마련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은 부친인 고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 9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특수관계인과 함께 보유한 판토스 지분 19.9%를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논의를 진행 중인 상대방은 미래에셋대우의 사모펀드(PEF) 운용 전담 조직이다.


판토스의 지분은 LG상사와 구광모 회장 일가가 나눠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5년 LG상사가 범(汎) LG가의 일원인 구본호씨로부터 판토스를 인수할 당시 구 회장 일가가 일부 지분을 개인적으로 매입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구광모 회장이 7.5%로 개인 주주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으며, 남매 관계인 구연경(4%)·구연수(3.5%)씨와 사촌인 구형모 LG전자 과장(2.5%)·구연제(2.4%)씨도 특수관계인으로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광모 회장 일가의 판토스 지분 매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 LG그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체 매출의 70% 가까이가 LG그룹 계열사로부터 발생하는 판토스의 지분을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물론 구광모 회장 일가의 판토스 지분율이 19.9%로 규제 기준인 20%에 0.1% 포인트 미달한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으로 최대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오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로 구광모 회장 일가가 판토스 지분을 전량 매각키로 한 것은 '선제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준수하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상당수 재계 관계자들은 규제 준수라는 명분 이상으로 구광모 회장의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 필요성이 중요한 동기가 됐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11월 말까지 상속 대상 지분과 상속세 규모를 확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분 매각을 결의했다는 점은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판토스는 지난해 타계한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LG그룹을 물려받은 구광모 회장이 지분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꼽혀 왔다. IB업계와 재계에서는 9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구광모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LG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유동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을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LG상사를 통해 확실히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판토스 지분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됐다.


거래 규모는 구광모 회장의 보유 지분만 1000억원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세가 9000억원이라고 가정하고, 관행에 따라 5년에 걸쳐 세액을 분납한다면 구광모 회장은 판토스 지분 매각을 통해 첫 납부세액의 절반 가량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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