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4세들, ‘판토스’로 표정 관리
19.9% 지분 보유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전 지분 매각 추진

[딜사이트 박제언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판토스(옛 범한판토스) 지분을 보유했던 LG그룹 일가 4세들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부담을 벗어나게 됐다. 보유했던 판토스 지분을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토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51%(102만주)를 보유한 LG상사다. LG상사는 2015년 조원희 레드캡투어 회장과 구본호 범한판토스 전 부사장으로부터 판토스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LG그룹 상무였던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구 회장 동생인 구연경·연수 씨, 구본준 부회장의 아들 구형모 LG전자 과장, 구 부회장의 딸 구연제 씨는 LG상사와 함께 판토스 지분을 매입했다. 모두 LG가(家) 4세들이다.


LG상사가 인수할 당시 판토스는 이미 '알짜 기업'이었다. 이익률은 낮아도 매출이 1조원이 넘는 흑자 회사였다. LG 4세들로서는 안정적인 투자이자 자산 증식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실제로 LG상사의 계열사로 편입된 판토스의 매출 실적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LG상사로 인수·합병(M&A)되기 직전해인 2014년 1조9000억원대(연결기준)의 매출액은 2017년 3조6000억원대로 증가했다. 3년만에 2배 가까이 매출 실적이 뛰었다. LG그룹 계열사들의 물류를 담당한 효과였다.


판토스가 지난 5월말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판토스와 국내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규모는 1조3897억원으로 총매출액의 69.6%를 차지했다.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를 포함한 내부거래 비중은 70.9%에 달한다.


현금흐름의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증가도 돋보인다. 2014년 740억원대의 EBITDA(연결기준)는 지난해 960억원 규모로 늘었다. 지표상으로 보이는 판토스의 기업가치는 늘어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LG그룹 총수일가가 지분을 매입할 당시보다 판토스 주식가치도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익이 늘어난 데 따른 배당도 챙겼다. 구 회장을 포함한 판토스 지분을 보유한 LG그룹 4세들은 지분 취득 이후 3년간 총 59억7000만원(세전)의 배당금을 받았다.


다만 판토스의 이익률은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후 오히려 줄었다. 2010년 4.72%였던 영업이익률은 2017년 2.1%로 반토막났다. LG상사에 인수되기 직전해인 2014년 3.15%였던 점을 고려해도 1%포인트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감소했으나 꾸준하게 순이익을 낸 덕분에 매년 주주들에게 100억원의 현금배당을 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구광모 회장 등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다. 규제에서 벗어나는 지분 19.9%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수혜법인(일감을 받은 법인)의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제도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으로부터 수혜법인이 일감을 몰아서 받고 매출과 순이익이 늘어나 우회적으로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변칙 증여를 막기 위해 생긴 제도다.


현행 규제 대상은 상장사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이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9.9%의 판토스 지분을 보유한 구광모 회장 등 LG그룹 일가는 자칫 일감 몰아주기 과세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판토스 지분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면 구 회장 등은 이같은 부담에서 자유롭게 된다. 또한 판토스 지분의 가치 변동 여부에 따라 개인 자산도 증식 효과도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LG그룹의 일감몰아주기의 수혜를 3년간 제대로 받은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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